"민주주의 수호" 美주도 민주정상회의 개막…中 "분열 선동"(종합2보)

입력 2021-12-10 20:27   수정 2021-12-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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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수호" 美주도 민주정상회의 개막…中 "분열 선동"(종합2보)
바이든 "독재자들이 영향력 확대"…일본은 중국, 폴란드는 러시아 비판
中, 강력 반발…"美, 패권 수호 위해 민주를 사적으로 이용"


(워싱턴 베이징=연합뉴스) 류지복 조준형 특파원 = '21세기 신냉전'의 조짐이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겨냥해 미국이 주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9일(현지시간) 개막했다. '초대받지 못한' 중국은 "미국이 민주를 내세워 분열을 선동한다"며 반발했다.
약 110개국 정부와 시민사회, 민간 분야 관계자들을 초청해 화상으로 열린 이 회의는 10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한국도 참석 대상인 이날 화상 개막식엔 89개국이 참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이번 회의는 미국이 권위주의 정권으로 규정한 중국과 러시아를 협공하기 위해 우군을 최대한 넓히고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려고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우려스러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나설 투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미국의 주도적 역할과 함께 다른 국가들의 협력을 호소한 셈이다.
또 그는 "외부 독재자들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그들의 힘을 키우고 억압적 정책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연설 내내 국가를 거명하진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의는 미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선언 이후 서방의 동참 국가가 늘어나는 등 미중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열렸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탓에 지난 6일 미·러 정상회담이 열리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에 초강경 압박을 이어가는 와중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년에 전 세계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4억2천440만 달러(4천993억 원)를 투자하는 민주주의 회복 구상을 내놓으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1·6 의사당 난동사태 등 미국 내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비판을 염두에 둔 듯 "미국 민주주의는 최고의 이상에 부응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참석 정상들은 민주주의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일부 정상은 직설적인 어조로 중국과 러시아를 정조준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중국의 공격성에 우려를 표시하며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 훼손, 인권 탄압에 집단적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 지원을 받는 벨라루스와 중동 난민 문제를 놓고 갈등 중인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러시아의 태도를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러시아의 침공 우려가 제기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의 참석 후 트위터에 "민주주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얻어내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 회의에는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대만의 대표도 참석했다. 미중 갈등 속에 대만을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부분이다.
첫 세션 발언자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주의 증진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미국은 참가국 간 권위주의 타파, 부패 척결, 인권 증진에 관한 구상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내년 2차 회의를 개최해 각국의 약속 이행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대만이 초청된 이번 회의에서 배제된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에 대해 평론을 요구받자 "미국은 패권을 수호하기 위해 민주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민주를 내세워 분열을 선동한다"고 비판했다.
왕 대변인은 "미국이 미국식 민주적 기준에 따라 세계를 민주와 비민주 양 진영으로 분류해 분열을 공공연히 부추기는 것은 더 큰 불안과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대변인은 또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등 미 동맹국들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외교 보이콧 명분으로 인권 문제를 내세우는 상황과 관련, 미국과 캐나다의 인디언 학살 역사와 영국군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고문 사건, 호주의 인종차별 범죄 등을 예로 들며 '맞불'을 놓았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영상으로 참가한 제14차 발리 민주주의 포럼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아시아 특색 민주 이념을 떨쳐 일으키자"고 제안했다.
또 중국은 미국의 '앞마당'인 중미 국가이자, 대만의 수교국이었던 니카라과와의 외교관계 복원을 10일 공식 발표함으로써 미국과 대만을 향해 동시에 반격했다.
앞서 러시아도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국제법에 뿌리를 둔 세계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이라고 비난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초청 대상에서 제외된 헝가리는 EU 집행위원장이 EU를 대표해 연설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이 초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사유가 됐다는 당국자 발언을 전했다. 파키스탄과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정상 간 통화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jbryoo@yna.co.k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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