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숄츠 새총리는 실용주의적 사민주의자…부인과 37년 동지

입력 2021-12-10 05:47  

독일 숄츠 새총리는 실용주의적 사민주의자…부인과 37년 동지
부친 "12살 때부터 총리 되겠다고 해"…주 2~3회 조깅 등 운동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지난 8일(현지시간) 취임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63)는 사민주의자를 자처하지만, 동시에 냉정한 실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이끌던 대연정에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맡았던 그가 지난해 8월 사민당의 총리 후보가 될 때까지만 해도 그가 총리가 되리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150년 역사 사민당의 지지율은 10%대 중후반을 맴돌았고, 제3당인 녹색당에도 밀리면서 '눈물의 계곡'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총리 후보가 된 그는 당내를 다독여 목소리를 통합하고, "숄츠가 착수한다"는 표어 아래 견고하고 안정적인 자신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총리 후보로 확정된 기민·기사당 후보가 수해 지역에 가 웃음을 터뜨리고, 녹색당 후보가 출간한 저서가 표절 논란에 빠지면서 그의 지지율은 날개를 달았다.
마침내 지난 9월 26일 총선에서 25.7%의 득표율로 메르켈 전 총리가 소속된 중도 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을 누르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기치로 내건 녹색당과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과의 연정 협상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면서 연정 협약에 조기에 합의해 73일만인 이달 8일 취임했고, 남녀가 각각 8명인 동수의 신호등 내각을 출범시켰다.
놀라운 승리의 포석을 깐 것은 패배들이었다.
그는 가장 대표적으로 2019년 11월 당대표 선거에서 그가 일원인 대연정에 대한 불만으로 무명에 가까운 후보들에 패배했을 때 연단에 올라 "핵심은 미래를 그리는 능력"이라며 "확신과 활짝 편 어깨, 그리고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래가 더 나아지리라는 것을 믿고, 우리가 어떻게 할지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우리가 앞으로 수년간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1958년 독일 오스나브뤼크에서 철도원인 할아버지와 의류 대리점을 운영하는 아버지, 점원이었던 어머니 사이에 첫아들로 태어난 숄츠 총리는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 뜻이 있었다.
연방하원 본회의장 방문자석에서 그의 취임을 지켜보던 숄츠 총리의 아버지는 기자들에게 "그는 12살 때부터 총리가 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나지움(중·고등학교)에 다니던 17살 때 사민당 청년위원회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이후 함부르크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노동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사민당 전국 청년위원회 부대표를 지냈다.


그는 노동법 전문 변호사를 할 때 쓰던 낡은 가방을 지금도 들고 다니며, 당시 부당해고자 등을 상대로 노무 상담을 많이 해 노동자들의 고민을 안다고 강조해왔다.
숄츠 총리는 1998년 지역구에서 선출돼 연방의원으로 입성했으며, 2002년부터 3년간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총리 겸 사민당 대표의 발탁으로 사민당 사무총장을 지냈다.
당시 슈뢰더의 개혁노선에 당내 불만이 고조되자 그는 슈뢰더 전 총리를 매번 같은 말로 옹호해 '숄초마트(숄츠 자동기계)'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평상시에도 내용 없이 길게 말하는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틀리게 이해되기보다는 이해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는 지적이다.
이후 2007년 메르켈 전 총리가 이끄는 대연정에서 노동·사회부 장관을 지낸 그는 2011년 함부르크의 첫 시장이 돼 2018년까지 시장직을 유지했다. 2018년부터는 또다시 대연정에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지냈다.
한때 철저한 반자본주의자였던 그는 사민당 사무총장 시절 실용주의로 선회했다. 경제가 돌아가야 하니 몰수나 부유세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가 모범으로 삼는 것은 같은 함부르크 출신으로 1974∼1982년 재임한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다. 그는 2015년 11월 슈미트 전 총리의 장례식에서 "나를 추동하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영리하고 실용적인 개혁을 통해 사민주의 정책이 여러 사람의 삶을 개선하느냐는 것"이라며 "정치는 도의적인 목적을 위한 실용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진정한 사민주의자냐는 질문에는 "내 전생을 통해 사람들과 사회복지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면서 "최저임금을 도입했고, 공공주택건설을 끌어냈다. 나는 진짜 사민주의자"라고 답한 바 있다.
숄츠 총리의 아내인 브리타 에른스트는 역시 17세에 사민당 청년위원회에서 정치를 시작해 37년째 같은 길을 가는 동지다.



1984년 함부르크 사민당 청년위원회에서 만나 "죽도록 사랑에 빠져서(숄츠 총리의 표현)" 1998년 결혼한 두 사람 사이에 자녀는 없다.
현재 숄츠 총리 부부가 거주하는 베를린 외곽 포츠담 관할 브란덴부르크주 교육장관인 에른스트는 숄츠 총리의 취임 이후에도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숄츠 총리가 함부르크 시장에 당선되자 함부르크 시의회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의원이자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에른스트는 남편의 경력을 위해 모든 직위를 포기하고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주 교육장관으로 옮겼다. 이후 2017년에는 브란덴부르크주에 교육장관으로 합류했다.
운동을 싫어하던 숄츠 총리는 아내를 만나고 나서 조깅과 조정, 걷기, 자전거 타기를 즐기게 됐다며, 주 2∼3회 운동을 하고, 책을 열정적으로 많이 읽는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지난여름 브리기테 잡지와 한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아내가 계속 일할 것이냐는 질문에 눈에 띄게 언짢아 했다. 그는 "그것은 나를 화나게 하는 질문"이라며 "그런 질문을 남성인 배우자에게도 하는지 의문"이라고 답변해 사과를 받았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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