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초기행보 재발…선진국 부스터샷 사재기
WHO 백신기부 촉구…전문가 "기부는 자선 아닌 변이 차단"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발견된 이후 가뜩이나 심각한 코로나 백신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역시 믿을 것은 백신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일찌감치 대부분의 국민이 백신을 맞은 선진국은 부스터샷(추가접종)에 주력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백신 확보가 어려운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은 1차 접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오미크론의 발견을 계기로 세계인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더욱 서두르고 있다"라며 "위험한 변이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결국 백신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미 높은 수준의 백신 접종률을 달성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부스터샷을 맞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고소득국과 저소득국간 백신 접종률 차이는 어느 때보다 크게 벌어지고 있다.
존스 홉킨스 센터의 아메시 아달자 박사는 "백신 접종률이 높지 못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명확한 이유는 백신 자체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초기 제약사들이 이제 막 백신 개발에 착수했을 때 많은 선진국이 선 주문을 넣어 국민이 서너번씩은 더 맞을 수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했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그러지 못했다.
이와 같은 선 주문은 백신 접종률 간극을 더욱 넓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안드레아 테일러 듀크대 교수는 "백신 구매의 불평등은 백신 보급의 불평등으로 이어졌고 이런 상황은 6개월 전보다 훨씬 악화됐다"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저개발국에 대한 백신 기부는 단순한 자선의 차원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미크론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전파되면서 생긴 변이다.
벤저민 슈라이버 유니세프 글로벌 백신 프로그램 부국장은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은 채 더 오랫동안 퍼진다면 더욱 치명적이고 전파력이 큰 변이가 나올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라며 "백신 평등은 자선이 아니라 전염병학상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선진국들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 사재기에 다시 열을 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오미크론 예방에 백신의 부스터샷이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선진국들은 서둘러 부스터샷을 위해 백신 물량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이는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국가에 대한 백신 공급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WHO는 우려했다.
WHO 백신 국장인 케이트 오브라이언은 선진국에 백신 기부를 계속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오미크론이 전파되면서 글로벌 백신 공급이 다시 고소득 국가로 돌아가 이들 국가가 백신 사재기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NYT는 자체 분석 결과 백신 접종 인프라 문제와 백신을 접종하려는 국민의 의지가 공급 자체보다 접종률 제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저소득국 중에선 확보한 백신 자체가 워낙 없기도 하지만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인프라 부족이나 백신을 꺼리는 인식 등으로 접종률을 높이지 못하는 경우가 어렵지 않게 관측된다.
일례로 타지키스탄은 백신 접종률이 26%지만 확보한 백신의 98%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타지키스탄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뿐, 국민들에게 필사적으로 투여한 것으로 보인다.
토고의 경우 백신 완전 접종률이 7%밖에 되지 않는데, 가뜩이나 확보한 백신을 사용한 비율은 36%에 그쳤다. 백신을 맞추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할 수 있고 국민들이 접종을 일부러 피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백신 사재기에 매우 적극적이지만 백신 접종률은 82%다.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거나 종교적 이유 등으로 백신을 맞지 않는 일부 국민은 미국 정부의 백신 의무화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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