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vs "세기의 거짓말"…서방-中 신장 공방 격화

입력 2021-12-10 13:24   수정 2021-12-10 14:48

"제노사이드" vs "세기의 거짓말"…서방-中 신장 공방 격화
제노사이드 통상 '학살' 의미하나 국제규범상 더 포괄적
영국 전문가 보고서 "학살증거없지만 제노사이드에 해당"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이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정부 고관을 파견하지 않는 것)의 명분으로 제시한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를 둘러싼 서방과 중국의 공방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서방은 종족 말살을 의미하는 용어로, 인권유린의 가장 극악한 양태를 떠올리게 하는 '제노사이드(genocide)'로 신장 문제를 프레이밍(framing·성격규정)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이를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거짓말이라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바이든 정부는 신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종족 말살(genocide)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을 감안해 어떤 외교적, 공식적 대표단도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 보이콧을 천명했다. 그후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동참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미국 측의 신장 위구르족 종족 말살 주장에 대해 "세기의 거짓말이자 천하가 웃을 일"이라며 미국에서 벌어진 인디언 학살이야말로 종족 말살이라고 비판했다.

종족 말살로 번역되는 '제노사이드'를 놓고 미국은 "현재 진행중(ongoing)"이라고 주장하고, 중국은 "세기의 거짓말"이라며 반발하는 양상이다.
여기에는 제노사이드라는 용어를 둘러싼 양측 간 간극이 존재한다.
통상 제노사이드는 인종, 이념 등의 대립을 이유로 특정집단의 구성원을 대량 학살해 절멸시키려는 행위를 말한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캄보디아 급진 공산주의 정권 크메르루주의 양민 학살, 코소보에서 벌어진 알바니아계 주민 학살 등이 20세기의 대표적 제노사이드로 꼽힌다.
미국 등 서방이 '신장 제노사이드'를 언급하면 일반 사람들은 이 같은 학살을 먼저 떠올리게 되기 마련이고, 중국은 "종족 말살은 세기의 거짓말"이라며 펄쩍 뛰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생산적 논의의 공간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의 배경에는 제노사이드란 용어의 포괄적 성격이 요인으로 작용하는 듯 보인다.
제노사이드는 '인종 청소', '종족 말살'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의미이지만 국제 규범상의 제노사이드는 그보다 포괄적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로마규정'은 '하나의 국적, 민족, 인종, 종교 그룹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하려는 의도'로 행해지는 반인도적 행위를 제노사이드로 규정하고 있다.
제노사이드의 법률적 의미와 통용되는 의미 사이에 간극이 큰 상황에서 중국과 서방은 진상 규명과 실질적 논의의 '무대'를 만들지 못한 채 말의 공방만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9명의 법조인, 학자,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영국 민간 연구단체 '위구르 법정'(Uyghur Tribunal)이 신장 출신자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9일(현지시간) 발표한 63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신장에서 '학살'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으나 신장에서 이뤄진 일들은 '제노사이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보고서는 대량 살인(mass killing)의 증거는 없다면서도 중국공산당이 위구르족 출산률을 낮추기 위해 강제 불임수술, 피임, 낙태 등을 시행했다며 이런 행위도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이 규정하는 '제노사이드'에 해당한다고 결론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쉬구이샹(徐貴相) 신장위구르자치구 당위원회 선전부 부부장은 10일 온라인 회견에서 "신장 인구는 지난 10년간 안정적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중 위구르족 인구의 증가는 전체 신장 인구 증가폭 뿐 아니라 기타 각 소수민족 인구의 증가폭보다 높으며, 한족 인구 증가폭보다는 더욱 분명하게 높다"며 "소위 '종족 말살'은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장의 안정과 번영을 파괴하려 하는 세력은 "신장 각 민족 대중이 세운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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