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논쟁속 시의회 가결…"전체 유권자 20% 육박"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미국 뉴욕시가 시민권을 갖고 있지 않은 거주자들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뉴욕시의회는 이날 찬성 33표, 반대 14표, 기권 2표로 모든 뉴욕 거주자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뉴욕시는 미국에서 비시민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최대 도시가 됐다.
이에 따라 영주권자 등 뉴욕 시민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뉴욕시장과 시의원, 시 감사관, 공공변호인, 5개 자치구 구역장을 뽑을 수 있게 된다. 첫 투표권 행사는 2023년 중간선거다.
정확한 숫자는 인구조사 등을 통해 알 수 있지만, 뉴욕시에서 시민권 없는 거주자는 약 100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0%에 육박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비시민권자들이 유권자로 등록하려면 30일 이상 뉴욕시에 거주해야 하고 최소한 노동허가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비시민권자는 뉴욕주 또는 미국 연방정부 선거에는 참여할 수 없고, 불법체류자에게는 투표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이 규정을 어길 경우 최고 500달러의 벌금과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번 법안 발기인 중 한 명인 뉴욕시의회 이다니스 로드리게스 의원은 "시의회가 새 역사를 창조했다"며 "뉴욕은 다른 진보적인 도시들에 멋진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이민 후 귀화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욕시의 이번 조치가 공화당 측으로부터는 소송 위협을 당하고 있지만, 민주당 진영에는 다른 도시들도 동참하기를 바라는 희망을 안겨줬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이날 표결에 앞서 이민자 출신 의원들은 찬성의 뜻을 나타냈고, 주로 공화당 의원들은 반대하는 등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공화당 등 반대 측 의원들은 주 법에 오직 시민권자만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지금까지 뉴욕시가 한 달 정도 미국에 거주하는 이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률가들과 역사학자들은 미국에서 선거가 실시된 1700년대부터 200년 이상 비시민권자들도 불규칙적이지만 투표권을 행사했고, 남북전쟁을 치르면서 아일랜드와 독일, 이태리 등지에서 온 성인 거주자들이 많아진 뒤 이런 경향이 가속화됐다는 점에서 뉴욕시의 이번 조치는 합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비시민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곳은 모두 14곳으로 하야츠빌과 타코마파크 등 대부분 메릴랜드주에 속한 소도시들과 버몬트주 몇 곳, 샌프란시스코 학교운영위원회 등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로스앤젤레스(LA)와 워싱턴, 포틀랜드, 메인 등 몇몇 도시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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