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수술·낙태 시행하려는 병원, 지방 보건당국 승인 받아야
2019년 정관수술 건수, 2015년에 비해 3분의 1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30년 넘게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던 중국 정부가 이제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표적인 남성 영구 피임 수술인 정관수술을 사실상 막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아들을 낳은 자오 지후안씨 부부는 아이를 더 낳지 않기로 했고, 그의 남편은 정관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2곳의 병원에서 수술을 거절당했고, 한 의사는 정부의 새로운 가족 계획법으로 인해 더는 정관수술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가족 계획법은 산아제한을 포함해 시민들의 생식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관수술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정관수술이나 낙태를 하려는 병원과 의사들은 지방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일부 학자들은 지난 5월 중국 정부가 '1가정 3자녀'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병원들이 정관수술을 더욱 피하게 됐다고 WP에 설명했다.
실제로 WP는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 등의 공공병원 18곳에 연락해 정관수술이 가능한지 알아봤지만 12곳은 정관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관수술을 한다는 병원 6곳 중 1곳은 미혼 남성들은 수술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정관수술을 받으려는 커플이나 미혼 남성들은 의사와 병원 관계자들이 수술 결정을 후회할 것이라며 거절했고, 어떤 병원은 결혼 증빙 서류와 아이가 있다는 증거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후베이성 징저우시의 병원장 양모씨는 "이론적으로는 매우 간단한 수술이지만 정부가 명확하게 허락하지 않은 수술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까닭에 공공병원들은 정관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를 외면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중국은 최근 낮은 출산율로 고심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천명당 신생아 수는 8.5명을 기록했다. 이는 197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인구학자들은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중국 인구가 수년 안에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한 자녀 정책을 해제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며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등의 출산 장려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많은 중국 커플들은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공공병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눈치를 보며 정관수술을 하지 않는 병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중국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정관 수술 건수는 2015년 14만9천432건이었지만 2019년에는 4천742건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일부 부부들은 중국 당국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던 것처럼 더 강제적이거나 제한적인 정책을 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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