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공동 조사기구 신설안 10월 국회 제출하고도 노조 제안엔 무응답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네이버가 유사 사건 재발을 위해 노사 공동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국회에 해명해 놓고도 정작 공식 발표와 시행은 하지 않아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13일 국회와 정보기술(IT)업계 등에 따르면 네이버 노사는 지난 10월 19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이달 10일까지 4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네이버는 노조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과 과도한 업무시간 방지 조치, 공통 복지제도 신설, 평가·보상 개선 등을 요구받았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측은 노조 요구에 대해 법률적으로 검토할 사안이 많다는 원론적 반응만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10월 국회에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른 개선 계획'을 제출하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구제 절차를 전면 개편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실제 발표나 시행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시 네이버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노조·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괴롭힘 조사위원회 및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징계를 결정할 인사위원회 운영 규정과 모니터링 업무담당자 마련, 법정근로시간 최대치에 도달할 경우 시스템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shut down)', 사옥 출입을 제한하는 '게이트오프(gate-off)' 도입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40대 직원 A씨가 5월 직장 내 괴롭힘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한 대책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27일 특별근로감독 결과 A씨를 포함한 직원 여러 명이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제기를 했지만, 네이버는 사실관계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가 3월 사내 간담회에서 문제 제기를 듣고도 묵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한 대표가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다"고 답했다가 위증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네이버가 국회에 노사 공동 조사·심의기구 신설안을 제출하고도 노조 요구를 외면하고 있어, 국회에 자료를 제출했던 것이 국감을 피해 가기 위한 꼼수 아니었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노조가 5월부터 괴롭힘 방지 대책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네이버가 답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국감 때 이목이 쏠리는 대책 마련에 적극적인 척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진 의원실 관계자는 괴롭힘 대책과 노사 협상 진척에 대해 챙겨보겠다고 했다.
네이버 노조는 노사 상생을 위해 대화를 시작한 만큼 네이버를 위해 일하는 1만여 노동자들에게 유의미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교섭이 진정성 있게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사측에 촉구했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노조 공동요구안, 특히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노사 동수 조치위원회 설치는 네이버뿐만 아니라 모든 계열사에서 비극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절실한 심정을 담아 제시한 것"이라며 "(요구사항을) 실현하기 위해서 네이버와 모든 계열사의 교섭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사측은 "계속 협의를 하는 사안"이라며 "교섭 안건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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