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민주국가, 중국시장 잃을까봐 중국에 맞서지 못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민주 운동가 네이선 로(羅冠聰)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홍콩이 경찰국가로 전락했다"며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에 맞서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로는 미국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이틀째인 10일(현지시간) "여러분 중 일부는 중국 시장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며, 일부는 우리의 민주적 가치에 대한 위협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일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화나게 하는 것을 우려한다"며 "그것이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겪은 일들은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자유롭다고 믿었던 도시가 어떻게 우리의 눈앞에서 권위적인 경찰국가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나는 그 일들을 경험했다. 내게 민주주의의 퇴보는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슈아 웡, 베니 타이, 지미 라이 등 홍콩에서 나와 함께 했던 대부분의 민주 운동가들은 구속됐고 현재 종신형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개탄했다.
3분간 진행된 사전녹화 연설에서 로는 "미국과 동맹국들은 협력해 민주주의 정책이 진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로는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 웡과 함께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을 결성하고 2016년 입법회(의회) 선거에서 역대 최연소 당선자가 됐다. 그러나 이듬해 의원 충성선서 파행 논란에 휩싸이며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지난해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직전 영국으로 떠났고 영국 정부는 올해 4월 그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다.
홍콩 정부는 이후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그에 대한 수배령을 내렸다. 또 지난해 6월 정부가 불허한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행사를 조직하고 참여한 혐의로 다른 25명의 야권 인사들과 함께 그를 기소했다.
중국은 로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여에 격하게 반발했다.
로의 연설 이후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로의 호도된 발언은 정의와 진실에 반하고 민주적 가치에 대한 최대 아이러니"라며 로는 국가 안보를 위협에 빠트렸다고 주장했다.
홍콩 정부도 성명에서 "로는 중국에 대해 터무니없는 비판을 하는 데 일부 서방 정치인들의 각본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9일 사설에서 "반중난항(反中亂港·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히는 일) 분자 로가 미국의 초청을 받았다는 점으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민주주의가 없다는 사실이 확고해졌다"고 썼다.
이어 로를 '국가 분열을 선동하고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 안보를 해친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범죄 용의자'라고 지칭한 뒤 "미국이 민주주의를 도구화하고 무기화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