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WTO 가입 20주년…'포용'에서 '포위·배척'으로 달라진 美

입력 2021-12-11 14:01  

中 WTO 가입 20주년…'포용'에서 '포위·배척'으로 달라진 美
G2로 도약했지만 對서방관계 협력→경쟁·갈등 전환…명암 교차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11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주년을 맞았다. 중국의 위상과 중국을 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극적으로 변화한 모습이다.
중국은 G2로 성장했지만 미국 주도의 서방은 '사회주의 중국'을 포용했던 20년 전의 결단에서 180도 전환해 중국을 밀어내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매체 등이 WTO 가입 20주년을 맞아 중국 경제가 그간 이룬 성취를 부각하는 반면 대 중국 압박 성격이 강한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중국을 배제한 채 9∼10일(미국 현지시간) 개최된 상황은 20년 사이 변화한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으로 서방과 척지며 1978년 개혁개방 시작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했던 중국은 2001년 WTO 가입을 계기로 그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경제 성장을 구가했다.
WTO 체제 아래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국과 유럽을 강타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무난히 넘기면서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는 11일 WTO 가입 이후 20년의 성과에 언급,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816.4% 증가하고, 1인당 GDP는 8천717 위안(약 162만원)에서 7만2천 위안(약 1천335만원)으로 늘어나며 세계 최대의 중간 소득(middle income) 인구를 갖게 됐다"고 썼다. 신문은 또 "중국은 관세를 WTO 가입 당시의 15.3%에서 9.8%로 낮췄다"며 전반적인 수입품 관련 과세 수준이 WTO 내 개발도상국 평균보다 낮고,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20년 전 중국을 포용했던 미국의 시선은 지금 완전히 달라져 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국가 주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을 WTO 체제 안으로 포용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중국을 포용하면 궁극적으로는 '민주화'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미국이 중국의 WTO 가입을 허용했다는 것이 역사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의 WTO 가입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가 2001년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중국의 WTO 가입을 환영하며 했던 말은 지금으로선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는 당시 "중국은 위대한 나라다. 미국은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중국이 전 세계 공동사회의 완전한 일원으로 이웃과 평화관계를 맺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중국은 미국의 기대대로 변하지 않았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후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견지해온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춘 채 조용히 실력을 키움)의 기조를 '중국몽(中國夢)'이 대표하는 '대국굴기' 기조로 전환했고, 사회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민간에 대한 국가 우위의 경제 기조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체제하에서 중국은 핵 무력을 포함한 군사력을 빠르게 강화하는 한편, 경제력을 앞세운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이른바 '핵심이익'과 '중요 관심사'를 관철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대 중국 정책을 '탈동조화(Decoupling)'로 전환했고, 그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결국 중국의 WTO 가입 20주년을 즈음해 중국을 포위하는 성격이 다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미국 주도로 열리고, 역시 미국 주도로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정부 고위관계자를 파견하지 않는 것) 움직임이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또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별도의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무역 체제의 후발주자로 출발한 중국이 오히려 WTO를 중심으로 한 '진정한 다자주의'를 앞장서 주장하고 있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로 볼 수 있다.
이처럼 WTO 가입 20주년을 맞이한 중국에는 명암이 교차하는 형국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최대의 무역대국, 최대의 외환보유국 등의 화려한 타이틀을 보유한 것이 '빛'이라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의 협력 구도가 20년 만에 치열한 경쟁과 갈등 구도로 전환한 가운데, 호랑이 등에 탄 듯했던 경제 성장의 흐름이 한풀 꺾이고 있는 상황은 '그림자'인 셈이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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