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서비스 이용해보니…신용정보 모아주고 소비패턴 분석에 자산관리까지
자산관리 전문성·이용자에 최적화된 조작 환경이 우열 가를 듯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잠깐! 같은 연령대 그룹과 비교해 편의점 소비가 두 배 이상 많아요. 소비를 줄이고 아낀 만큼 저축하는 건 어떠세요?"
집 앞 편의점 단골이라는 사실은 편의점 직원과 둘만 아는 비밀이었는데, 단숨에 들켜버렸다. '내 손 안의 금융비서'는 앞으로 엿새간 편의점 소비를 2만1천원 수준으로 줄이라고 조언했다. 목표를 달성하면 아낀 만큼 돈을 저축해주기로 했다. '이번 주엔 간식 사러 두 번만 가야지'. 다짐과 함께 도전 클릭.
이달 1일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선보인 17개 사업자 중 주거래 은행인 KB국민은행과 기업은행[024110]에서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너무 많은 정보를 빼내 가긴 했지만, 이용자의 자산 관리 계획을 알아서 짜준다는 점에서 '금융 비서'라는 별명이 딱 들어맞았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자산·신용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로, 시범 서비스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 적립 포인트까지 한번에 확인…정보 제공 범위는 선택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기에 앞서 두 차례 본인인증을 거쳐야 했다. 타 기관에 입력된 내 정보를 조회할 때 1번, 조회된 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연동할 때 1번이다.
개인정보 수집·이용 등에 대해 5차례 넘게 동의를 누르고 본인인증 절차를 마친 뒤 1∼5분이 지나니 내 금융 정보들이 한 곳에 모였다. 화면을 아래로 쭉 내리기만 하면 예·적금 잔액과 투자액, 카드 지출내역, 보험료, 통신비 등을 볼 수 있다.
빅테크(대형 IT기업)나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을 통해 이미 자산 모아보기 서비스를 접한 경우 큰 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개인정보 보안을 강화한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방식을 적용해 좀 더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다.
각 카드사와 네이버페이 등 페이먼트사에 적립된 포인트도 나란히 자산 목록에 올라와 총자산 관리에 보탬이 됐다.
개인정보 보호에 각별히 신경 쓰는 편이다 보니, 정보 제공 범위를 설정하는 단계에서 설명을 읽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카드사와 연동할 때 가맹점 이름·사업자등록번호와 같은 구체적인 정보를 전송하기로 동의하면 이용자의 상세한 소비생활 내역이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공유된다는 설명이 눈에 띈다.
부담스러운 마음에 카드 상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더니, 지출이 많은 분야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지출 분석 그래프 중 '미분류 거래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탓이다.
이럴 땐 지출 항목별로 식사, 쇼핑, 미용 등 분야를 직접 입력해 분석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각 이용자의 신념과 의지를 나름대로 존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 마이데이터 통해 추천받는 금융상품 범위는 제한
아직 시범 서비스 단계에서는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의 수가 제한적이어서 한 번에 볼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었다. 일부 연동 기관은 응답하지 않아, 입력했음에도 정보를 불러올 수 없었다. 다만 이런 불편함은 400개에 달하는 정보기관이 본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다음 달 1일부터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과 신용 정보 분석을 통해 추천하는 금융상품이 하나의 업체 상품에 한정된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다양하게 알려준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타 금융사 상품을 중개할 수 없다.
또 정보 연동이 가능한 기관의 수는 사업자별로 다르기 때문에 어느 플랫폼을 통해 자산을 관리할지에 대한 고민은 이용자 몫이다. 은행, 카드, 증권, 보험, 전자금융 등 모두 합쳐 현재 기업은행은 58개, 국민은행은 61개 기관과 연동하고 있었다. 금이나 가상화폐 보유 수량을 입력하면 시세를 반영한 자산 가액을 제공해 총자산을 보여주는 업체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어느 기관으로부터 정보를 받고 이를 어떻게 가공할지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각자의 판단에 따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경쟁력은 정보를 얼마나 확보하는지, 또 이를 얼마나 유익하게 가공하는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에게 얼마나 편리한 조작 환경을 제공하는지도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관리 전문성을 키워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사업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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