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단체 "백신 접종팀은 스파이·불임 만들려는 짓"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파키스탄 무장단체가 정부군과 한 달간의 휴전을 종료하고, 소아마비 백신(폴리오) 접종팀을 첫 번째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12일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 전복을 목표로 하는 극단주의 단체 '파키스탄 탈레반'(TTP)이 전날 카이베르 파크툰크와주에서 소아마비 백신 접종팀에 총기를 난사해 호위 경찰관 1명이 숨졌다.
당시 오토바이를 탄 무장 괴한들이 접종팀을 향해 총격을 가했고, 이후 TTP는 자신들이 2명을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접종팀을 경호하던 경찰관 1명이 숨졌다"고 공개했다.
이번 공격은 TTP와 파키스탄 정부가 지난달 8일 한 달간의 휴전을 체결한 뒤 처음이다.
TTP는 '탈레반'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과는 별개의 조직이다.
이 단체는 2007년 파키스탄 내 이슬람 무장단체 13개 연합으로 결성됐으며, 파키스탄 현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보고 파키스탄에 이슬람주의에 입각한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TTP와 휴전 연장을 원했지만, TTP는 9일 "정부가 수감자 100여명 석방 등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휴전 종료를 발표하고 공격 재개를 선언했다.
국제기구의 대대적인 예방접종 활동으로 전 세계적으로 소아마비가 거의 퇴치됐으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여전히 많은 어린이가 소아마비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들은 서방국가가 보낸 백신접종 팀이 가가호호 방문해 정보를 수집하는 '스파이' 활동을 하고, 무슬림 어린이들을 불임 상태로 만들려 한다고 의심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수 십명의 소아마비 백신 접종팀이 무장단체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도 오랜 기간 자신들의 점령지에서 예방접종 활동을 불허했으나, 올해 8월 15일 정권을 다시 잡은 뒤 11월부터 소아마비 퇴치를 위한 국제기구 활동을 허용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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