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 석방 위해 개입해야" 요구에 거리 두는 호주 정부

입력 2021-12-12 18:49  

"어산지 석방 위해 개입해야" 요구에 거리 두는 호주 정부
"호주는 사건 당사자 아냐…영사 지원 제안했지만 어산지가 거부"
어산지 측 "어산지, 10월 감옥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져…건강 악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호주 정부가 자국민인 줄리언 어산지(50)의 석방을 위해 개입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호주 야당들은 호주 시민권자인 어산지의 사건에 호주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당은 이번 사건이 "너무 오래 이어지고 있다"며 "스콧 모리스 정부는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빨리 끝내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당도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에게 "미국에 이 터무니없는 혐의를 철회해 어산지에 대한 고문을 끝낼 것을 긴급히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주의 하원의원 앤드루 윌키(무소속)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이러한 광기를 끝내달라"며 미국과 영국에 어산지의 석방을 요구하라고 말했다.
이에 호주 외교부는 "우리는 해외에서 구금돼 법정 절차를 밟는 다른 호주인들처럼 어산지 사건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호주는 추가 항소를 포함해 영국의 법적 절차를 계속해서 존중할 것이며, 호주는 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계속해서 어산지에게 영사 지원을 제안하고 교도소 관계자들과 그의 건강 상태를 논의하기 위해 그의 동의를 구하고 있지만, 어산지가 "우리의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호주 정부는 미국과 영국 측에 정당한 절차와 인도적이고 공정한 치료, 적절한 의료와 그의 법률팀에의 접근권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가디언은 페인 장관이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했지만, 공개된 회담 내용에는 어산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호주 출신의 어산지는 미군의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2010년 빼낸 70만 건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를 건네받아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통해 폭로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미국의 1급 수배 대상이 됐고,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19년 4월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그해 미국은 어산지를 방첩법(Espionage Act) 위반 등 18개 혐의로 기소하고, 영국 측에 어산지의 송환을 요청했다.
미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은 영국 정부는 이를 수락했지만 범죄인 인도는 영국 법원이 승인해야 해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1심 재판부는 어산지의 송환을 허용하면 그가 미국의 사법 시스템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시도할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며 송환을 거부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0일 1심 재판을 뒤집고 송환을 승인했다.
미국 정부는 항소심에서 어산지가 '특별 행정조치'를 받거나 최고 등급의 보안시설에 수용되지 않으며 유죄가 확정되면 호주 감옥으로 이송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법원의 결정에 어산지 측은 상고 의사를 밝혔으며 국제언론인연맹을 비롯해 여러 인권단체는 어산지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어산지는 현재 런던 벨마쉬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그의 약혼자인 스텔라 모리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어산지가 지난 10월 감옥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등 건강 상태가 매우 나쁘다며 "법정 공방이 계속될수록 그의 생존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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