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먹는 약도 장 세균총에 영향"

입력 2021-12-13 09:05  

"흔히 먹는 약도 장 세균총에 영향"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우리가 먹는 식품만이 아니라 흔히 먹는 약들도 장(腸)내 미생물 집단인 장 세균총(gut microbiome)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독일, 덴마크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유럽 연구진이 3개국에서 총 2천173명이 참가한 가운데 2012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심장 대사 질환의 군유전체학'(MetaCardis: Metagenomics in Cardiometabolic)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1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20가지 약과 장 세균총의 다양성 그리고 기능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몇몇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강력 이뇨제인 루프 이뇨제와 베타 차단제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장내 유익균인 로세부리아(roseburia)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세부리아는 식물성 식품의 식이 섬유를 분해해 부티르산(butyric acid)으로 전환하는데 부티르산은 염증 억제와 후성유전 물질인 에피게놈(epigenome)의 조절 등 유익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연구팀을 이끈 덴마크의 노보 노르디스크 재단 기초대사 연구센터(CBMR: Center for Basic Metabolic Research)의 올루프 페데르센 교수는 설명했다.
또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을 줄여주는 스타틴 계열(-statin)의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심혈관 질환 환자는 장 세균총의 구성이 건강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편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 계열의 제산제는 장 세균총에 부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PPI를 복용하는 사람은 구강에만 서식하는 박테리아들이 대장에 비교적 많았다.
위산은 서식처가 아닌 장으로 탈출하려는 구강 박테리아를 죽인다. 그러나 PPI를 복용하면 이것이 불가능해진다.
PPI를 복용하는 사람이 대장에 구강 박테리아가 많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장의 구강 박테리아는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항생제는 예상한 대로 장 세균총의 다양성을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10년 사이에 항생제를 반복 사용한 사람들은 장 세균총이 다양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장 세균총이 다양한 반면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만성 질환이 있거나 비만한 사람은 장 박테리아가 다양하지 못했다.
장 박테리아가 다양하지 못하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분자들을 생산하는 장 '화학공장'(chemical factory)의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일부 약물과 장 세균총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뿐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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