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13일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가입 절차 논의를 개시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CPTPP는 일본과 호주, 멕시코 등 11개 회원국이 2018년 12월 출범시킨 경제 동맹체다. 재작년 기준으로 세계 무역에서 15%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11개국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12.8%에 이른다. 인구 규모는 5억여 명으로 세계에서 6.6%의 비중이다. 수출 강국에 올라선 우리나라로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우세해 보인다. 통상 부문의 영토를 확장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경제적 파급 효과와 영향에 대해 세밀하게 검토하고 대비책을 미리 준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무역 개방 수준이 여타 자유무역협정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축·수산물 분야 등 일부 국내 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경제적 타격이 예상될 수 있는 산업 부문에 대해선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산업 부문별로 제도적 보완책이 구비돼야 할 것이다.
CPTPP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은 전체의 23%와 24%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회원국 중 일본과 베트남 등은 우리나라와 교역 규모가 크다. 중국과 대만은 지난 10월 가입을 신청했다. 동북아 경제 지형에서 첨예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 2월 세계 최대 FTA로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가 예정돼 있다. 세계 경제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판도의 변화 가능성에 예의 주시해야 한다.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처가 시급해졌다고 볼 수 있다. CPTPP 가입이 결정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폐해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CPTPP 협정 내용은 농수산물과 공산품 역내 관세 철폐, 금융·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등이 골자다. 상품 무역 개방도는 최대 96% 관세 철폐 수준이다. 표준 및 기술장벽, 지식재산권, 전자상거래 등에서 높은 수준의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개방의 폭이 큰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내 농업 등에 상당한 타격을 예상할 수 있다. 대일 무역적자의 악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을 본격 추진하고자 한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과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관련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 수렴을 거치는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그간 CPTPP 가입에 호의적인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대외경제장관회의가 두 차례 연기돼 온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적인 논의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히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이다. 국내 농축 수산업계를 비롯해 산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고민이 지속됐던 것으로 보인다. 관련 부처 간 이견 조율도 상당히 진행됐다는 관측이다. CPTPP 협정 내용에 근거한 심도 있는 대책 마련이 우선이다. 농축 수산 분야 지원 대책, 보조금 제도 등 현안을 둘러싼 제도 개선 방안이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홍 부총리는 CPTPP 가입 문제와 관련해 교역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 전략적 가치, 개방형 통상국가로서의 위상 등을 언급했다. 가입 가능성은 커져 있는 셈인데 최대한의 실리를 거둘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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