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교황청이 웹사이트에 성 소수자(LGBTQ) 사목 관련 링크를 삭제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사과한 뒤 이를 되살렸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달 초 교황청의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 웹사이트에서 성 소수자 신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미국 가톨릭 단체 '뉴 웨이즈 미니스트리'(New Ways Ministry)의 웨비나(인터넷 세미나) 관련 링크가 돌연 삭제됐다.
이 웨비나는 미국 뉴욕 포드햄대학의 한 교수가 주최한 1시간짜리 온라인 세미나로, 최근 막을 올린 '범지구적 시노드'에서 성 소수자들이 관련 논의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등의 주제를 다뤘다.
'시노드적 교회를 위해: 친교, 참여 그리고 사명'을 주제로 지난 10월 닻을 올린 이번 시노드는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내년 4월까지 각 지역 교구별로 내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는 대륙별로 논의가 전개된다.
마지막 해인 2023년 10월에는 세계 주교들이 이탈리아 로마에 모여 2년간 이뤄진 논의 내용을 토대로 교황에게 제안할 권고 사항을 결정하게 된다.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러한 논의 절차 이면에는 교계제도의 경직된 틀을 벗어나 평신도 참여 폭을 넓히고 아래로부터 개혁을 추동하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시노드에서는 특히 여성 부제·사제독신제 등 2천 년 가톨릭 전통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사안들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돼 교계 안팎의 관심이 크다.
시노드 측은 해당 링크의 삭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교계 일각에서는 이 일이 '수평적이고 열린' 논의를 지향하는 시노드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라는 비판론이 비등했다.
논란이 일자 시노드 측은 이날 공식 사과 표명과 함께 링크를 복원했다고 밝혔다.
시노드 소통 담당자는 성명에서 "이번 일로 전체 성 소수자 사회에 고통을 준 점 통감한다"면서 "모든 성 소수자와 뉴 웨이즈 미니스트리 회원들에게 사과한다"고 전했다.
링크를 삭제한 이유에 대해선 내부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만 언급했을뿐 자세한 설명을 삼갔다.
가톨릭교회는 그동안 동성애 행위는 죄악이지만 그러한 성적 취향을 가진 이들의 인권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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