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021년은 팬데믹에 맞선 인류의 싸움이 2년째 계속된 한해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한 가운데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박사는 백신 접종의 중요성과 절박함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설파했다.
위기 속에서 신속하고 적극적인 금융지원책으로 소방수 역할을 했던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둘러싼 우려도 터져나왔다.
중국 최고위층 관료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한 후 실종설에 휩싸였던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 당국의 금융규제를 비판했다가 7개월 후에야 공식 석상에 나타난 마윈(馬雲)은 중국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부각했다.
필리핀과 리비아에서는 독재자 2세가 정치 전면에 나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좌충우돌 트윗'으로 주식시장과 가상화폐시장을 흔들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부부는 이혼으로, 일본 마코(眞子) 공주는 평민 남자친구와 결혼으로 각자의 행복을 좇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 흑인 유리천장을 깬 미국 콜린 파월 전 국무부 장관은 고인이 됐다.
◇ 변이 위협 속 백신 중요성 설파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자 백악관 최고 의학 자문역이다. 수십 년간 감염병 연구에 헌신한 전문가로서, 미국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진두지휘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전염병의 위험성을 알리고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강조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는 적극적인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를 주문했다. 그는 미 기업체, 사업장, 학교 등지에 더 적극적인 백신 의무화 조치가 필요하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의무화 방안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오미크론 새 변이 출현 후에도 코로나19 재확산을 막으려면 백신 3회 접종이 최선의 보호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 바이든 행정부서도 연임한 제롬 파월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 연준 의장이다.
2018년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으며,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지명하며 연임이 확정됐다. 내년 2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경제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기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무제한 양적 완화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질 때도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쓰며 돈 풀기를 이어갔다.
2기의 최대 과제는 물가 안정이다. 고용난과 고물가 장기화 우려 등으로 긴축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 11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작을 공식 선언하며 통화정책 기조의 수정을 알렸다.
또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현재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이 내년 하반기에 진정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미투 폭로 후 19일만에 나타난 펑솨이
중국의 테니스 스타. 지난달 2일 자신의 웨이보 공식 계정에 장가오리(張高麗·75) 중국 국무원 전 부총리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몇 년간 위력에 의해 오랜 기간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글은 올라온 지 20여 분만에 삭제됐다.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도 사라졌다.
펑솨이의 지인과 일부 매체는 그가 '연락두절' 상태라고 밝히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로저 페더러 등 테니스 스타들이 펑솨이의 안부를 묻는 글을 연달아 올리며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후 19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편집인은 펑솨이가 베이징 국립테니스대회 결승전 개막식에 참석했다며 영상을 올렸다.
그러나 그의 신변 안전을 둘러싼 의혹은 가시지 않았고, 중국에서 고위층을 비판한 후 사라졌던 기업인, 연예인 등의 사례를 환기하며 중국 인권 문제와 비밀주의, 언론통제 문제까지 재조명됐다.
◇ 당국 비판 후 실종설…수척한 얼굴로 등장한 마윈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이자 중국을 대표하던 억만장자.
작년 10월 돌연 사라지기 전까지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다 하루아침에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추며 한때 실종설을 넘어 사망설이 제기됐다.
마지막 공개석상은 한 금융 포럼이었다. 그는 중국 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예약 면담을 통해 마윈을 소환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그룹이 추진했던 기업공개(IPO)를 중단시키는 등 전방위적인 규제·단속에 나섰다. 알리바바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인 3조원대의 반독점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마윈은 석 달 후인 올 1월에야 화상 연설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고, 5월에는 항저우의 알리바바 본사를 방문한 모습이 포착됐다. 부쩍 흰머리가 늘고 수척한 모습에 그간 당국의 탄압으로 상당한 심적 고초를 겪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 정치 전면 나서는 마르코스 아들·두테르테 딸, 카다피 아들
필리핀, 리비아 독재자의 2세들이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21년간 필리핀을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로, 이름까지 그대로 물려받은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은 내년 5월 열리는 필리핀 대선 유력 주자로 꼽힌다.
대선 러닝메이트는 수천명이 숨진 '마약과의 전쟁'을 주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43) 다바오시 시장이다.
독재자의 아들과 '스트롱맨'의 딸 조합에 필리핀 인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축출됐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최고지도자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49)가 이달 24일 열리는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그는 아랍의 봄 당시 시위대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2015년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와 관련한 반인도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배를 받고 있다.
◇ 좌충우돌 '괴짜' 일론 머스크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CEO.
전기차 상용화, 민간인 우주 관광 등 사업 성과도 좋았지만, 좌충우돌 언행으로 이목을 끌었다.
6천6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안인 그는 트윗으로 암호화폐와 주식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도지 파더'(암호화폐 도지코인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그는 지난 1월 트위터에 도지코인 사진을 올려 800% 이상 코인 시세 급등을 불렀다.
머스크는 지난달 6일엔 본인이 소유한 테슬라 주식 10% 매도 여부를 묻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설문에는 350만여 명이 참여, 약 58%가 찬성 의견을 냈다.
이후 머스크는 한 달간 10여 차례에 걸쳐 보유주식을 매각, 127억4천만 달러(15조867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지원 법안, 민주당의 억만장자 부유세 도입 등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머스크를 선정했다. 타임은 "지구 안팎의 삶에 비범한 영향을 미쳤다"며 "사회의 대담하고 파괴적인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했다.
◇ '세기의 이혼' 빌·멀린다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와 부인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27년간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지난 8월 이혼했다.
트위터를 통해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했다고 발표한 뒤 석 달만이다.
미 법원은 이들의 결혼생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났다"며 이혼을 승인했다.
1987년 회사 창업자와 매니저로 만난 이들은 1994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2000년부터는 세계 최대 규모인 민간 자선재단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 함께 빈곤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활동해왔다.
재산 분할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빌 게이츠가 전세계에서 네 번째로 재산이 많은 부자로 꼽히는 만큼 천문학적인 규모로 추정된다. 그의 순자산은 8월 기준 1천520억 달러(약 180조 원)에 이른다.
◇ '결혼과 함께 평민으로' 마코 전 일본 공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조카. 결혼과 함께 공주 신분을 버리고 미국 뉴욕에 정착했다.
2017년 약혼한 그는 반대 여론에 4년간 미뤄오다 지난 10월 결혼 소식을 알렸다. 남편이 된 고무로 게이(小室圭)는 불안정한 경제력과 모친의 빚 문제로 논란이 됐다.
일본 국민 90% 이상이 이들의 결혼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결혼이 일시금을 노린 것이라는 등 각종 억측과 추측 보도가 이어졌다.
결혼과 함께 왕족 자격을 잃고 일반인이 된 마코 전 공주는 왕실을 떠날 때 품위유지 명목으로 지급되는 15억 원가량의 생활정착금도 받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에서 따듯한 가정을 이뤄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뉴욕주 로스쿨에서 공부한 고무로는 올 7월 현지 변호사 시험을 봤지만 낙방, 내년 2월 재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 엘리자베스 여왕의 74년 외조 필립공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부군. 심장 수술을 받고 퇴원해 윈저성에서 요양 중이던 지난 4월 99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그리스와 덴마크 왕자 신분인 고인은 1947년 11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여왕과 화려한 결혼식을 치렀다. 이후 74년간 동반자로 지냈다.
1953년 여왕이 즉위한 이후 사회적 격변을 함께 헤쳐왔다. 2017년 은퇴 전까지 여왕의 공식 행사를 함께했고, 1999년 여왕의 국빈 방한도 동행했다.
자신의 작위를 딴 '에딘버러 공작상'이라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계 100여 개국에서 운영하고 환경운동에도 적극적이었다.
고령 운전 사고, 인종·계급 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장례식은 코로나19로 규모로 직계가족과 친척 30명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진행됐다.
◇ 미국내 흑인 유리천장 깬 콜린 파월
미국에서 흑인 최초로 합참의장과 국무부 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이 코로나19 감염 합병증으로 지난 10월 숨졌다.
1937년 뉴욕 할렘에서 자메이카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베트남전을 거쳐 1989∼1993년 합참의장을 지내며 걸프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영웅이 됐다.
미국은 해외 분쟁에 개입을 자제하되 불가피한 경우 압도적인 군사력을 투입, 속전속결로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는 '파월 독트린'을 만들기도 했다.
퇴역 후 2001년 군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외교 수장이 됐다. 매파 네오콘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한 목소리를 냈다.
이라크전 참전은 그의 오점으로 남았다. 2003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은닉 등의 증거를 제시하며 침공의 당위성을 피력했지만, 이듬해 잘못된 증거를 받았다며 오류를 시인했다.
한반도와 인연도 깊다. 대북 문제에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며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1973∼1974년에는 동두천의 주한미군 부대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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