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비서실장에 "트럼프, 자신 유산 파괴", 방송선 "좌파 개입"
백악관 "사적으론 비난하더니 공개적으론 침묵하고 음모론 퍼뜨려"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방송인 폭스뉴스의 앵커들이 의회 난입사태 때 사적으로는 폭동을 비판하고서도 정작 방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 구설에 올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조 바이든 백악관은 실망스러움을 표하면서도 놀랍지도 않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1·6 의회 난입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하원 특별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사태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마크 메도스가 제출한 일련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폭스뉴스의 대표적인 인기 진행자인 숀 해너티, 로라 잉그레이엄, 브라이언 킬 메이드는 메도스에게 각각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잉그레이엄은 "대통령은 의회에 있는 이들에게 집으로 가라고 해야 한다. 이건 우리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유산을 파괴하고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 해너티는 트럼프가 사람들이 의회를 떠나도록 요구할 성명을 낼지 물었다.
킬 메이드는 "그(트럼프)를 TV에 출연시켜 달라. (의회 난입사태로) 성취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모두가 의회 난입사태가 부당하고 트럼프에 책임이 있다는 인식 속에 트럼프가 폭동을 잠재워야 한다고 사적으로 요청한 셈이다.
'숀 해너티 쇼'를 진행하는 해너티는 작년 하루 평균 시청자 수가 440만 명에 달해 4년 연속 TV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인물이며, 잉그레이엄은 '잉그레이엄 앵글'을, 킬 메이드는 '폭스 앤드 프렌즈'로 역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프로그램에서는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의 폭력 책임을 애써 축소하고 대신 좌파 집단 개입을 시사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일례로 잉그레이엄은 사태 당일 "의회는 오늘 (트럼프의 대선 슬로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에 반대하는 것으로 설명될 수밖에 없는 이들에 포위당했다"며 "군중에 안티파(극좌성향의 반파시즘 운동단체) 동조자들이 섞여 있었다는 보도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보도에 백악관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실망스럽다"면서도 "그날 일에 대해 사적으로는 경고하고 비난하고 증오를 표했던 바로 그들이 공개적으론 완전히 침묵하고 심지어 계속해서 거짓과 음모론을 퍼뜨렸다는 것은 불행히도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우린 바로 그 사람들한테서 그런 경향을 본다"고 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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