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CNN 당국자 인용 보도…"27조원 협상 중단 통보"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F-35 전투기 등 230억 달러(약 27조2천억 원) 상당의 미국산 무기 구매안에 제동을 걸었다고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UAE가 미국 측에 거래 중단 의사를 통보했으며, 미국이 중국의 스파이 행위로부터 자국 첨단 무기를 지키기 위해 설정한 보안 요구가 부담스럽고 UAE의 국가안보가 위험에 처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한 UAE 당국자도 미국 측에 F-35 구매 협상 중단 의사를 통보했다고 확인하면서 "기술적 요구, 자주적 가동 제한, 비용 편익 분석 등에 따라 재평가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도 "미국은 여전히 UAE가 우선하는 방어 제공국이며, F-35 구매 협상은 향후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UAE 측의 이번 움직임이 실제 계약 파기를 뜻하는지, 혹은 15일 UAE 고위급 군사대표단의 방미 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게 WSJ 설명이다.
미 당국자들은 관련 내용을 담은 서한이 비교적 하급 명의로 돼 있는 만큼, 협상력 제고를 위한 것으로 보기도 했다.
해당 계약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에 체결된 것으로, F-35A 104억 달러(약 12조3천억원), 공격용 MQ-9B 드론 29억7천만 달러(약 3조5천억원) 등이다.
양측의 구체적인 요구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측은 자국의 최신 기술을 제3국에 공유하지 말 것을 원하고 UAE는 F-35 인도 시기를 2027년 전으로 앞당기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에 따르면 UAE는 지난해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협약 조건으로 미국산 첨단 무기에 대한 접근권 개선을 희망했지만, 이후 구매 협상에 진전이 없자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반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동맹국들이 안보 사안에서 지나치게 중국과 밀착하지 않도록 설득해왔으며, 미 당국자들은 UAE와 중국 간 초보적 안보 협력에 대한 우려를 키워왔다.
지난 봄 UAE 수도 아부다비 항만에 중국이 비밀리에 군사용으로 의심되는 시설을 건설 중임을 미국 정보기관이 파악하면서 미국과 UAE 간 마찰이 불거지기도 했다는 게 WSJ 설명이다.
UAE 측은 이 시설이 군사용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지만, 미 당국자와 줄다리기 끝에 폐쇄됐다.
또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가 UAE의 통신인프라시설을 제공하는 데 대해서도 미국은 오랫동안 우려해왔다.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제재 중이다.
CNN도 UAE 당국자를 인용해 이미 UAE가 미국에 무기구매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에 UAE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CNN은 풀이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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