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지 "미국은 의존성 강한 수면제"…블링컨 동남아행 겨냥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의 '앞마당'격인 동남아를 순방하며 대 중국 압박 전선 확대를 꾀한데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겠는 블링컨 장관 발언에 대해 "잘못된 언행을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존중하고,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지역 국가 간의 상호 신뢰와 협력을 해치는 잘못된 언행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소위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수호'라는 것은 미국의 선진 군용기와 군함이 남중국해에서 위세를 떨치고 도발을 일으키는 '횡행(횡포)의 자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항행의 자유'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과 갈등하며 영유권 주장을 강화해온 해역에 미군이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군함을 파견해온 작전을 칭한다.
동남아 순방중인 블링컨 장관은 14일 인도네시아국립대에서 행한 강연을 통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응해 아시아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군사 및 경제 관계를 확장할 것이라면서 "남중국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관영매체는 블링컨 장관의 동남아 방문과 관련, 미국을 '수면제'와 '아편'에 비유해가며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5일자 사설에서 중국과 동남아 간 협력은 지역 번영의 원동력인 반면 미국은 지정학적 정치를 이 지역 국제관계의 주류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의 굴기를 우려한 나머지 미국과 같은 역외 국가가 균형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할만 하다"면서도 "미국의 존재는 수면제와 같아서 과도하게 복용하면 강한 의존성을 만든다"고 썼다.
이어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과 함께 긍정적인 이웃의 길을 걷는 것이 각 나라와 지역 전체에 이롭다"며 "이 지역은 미국이 제공하는 수면제로 통제될 수 없으며, 수면제는 본질적으로 아편"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 지역은 절대로 미국이 주도할 수 없다"며 "미국이 주도한다면 역내 모든 국가가 미국의 전 지구적 패권을 위해 일하는 도구와 소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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