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영상 정상회담…美 겨냥 "아·태 소그룹 구성 반대"
우크라·대만 입장 상호 지지…"국가 간 협력의 진정한 모범"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 계기 정상회담 약속
(베이징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준형 김승욱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영상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압박에 맞서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는데 의기투합했다.
두 정상은 미국이 최근 개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로 대표되는 미국 주도의 '가치 외교' 및 '동맹 외교'를 나란히 비판하면서 전략적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또 서방의 외교보이콧이 화두가 된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 계기에 푸틴 대통령이 방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반미를 고리로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두 정상 간 공식적인 대화는 지난 8월 25일 전화 통화 이후 110여 일 만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중국-러시아 우호·협력 조약을 연장하는 계기에 영상 회담을 가진 바 있다.
◇ 미국 비판 한목소리…"아태지역 소그룹 구성 결연 반대"
신화 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금 국제적으로 어떤 세력들은 '민주' '인권'이란 간판을 내걸고 중·러 양국의 내정에 멋대로 간섭하고, 국제법과 공인된 국제관계 준칙을 난폭하게 짓밟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9∼10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한 가운데, 110여개 국을 초청해 민주주의 정상회의(영상)를 개최한 데 대한 비판으로 해석됐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러 양국이 "민주·인권의 올바른 내용을 명확히 논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국제 공정과 정의를 수호하는 중추가 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한 나라가 민주인지 아닌지, 어떻게 더 나은 민주를 실현할지는 자국민의 평가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소통과 조율을 강화해 국제사회의 올바른 민주관 확립을 유도하고 각국의 정당한 민주권리를 수호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어떤 형태로든 '소그룹'을 구성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할 것이며, 중러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커스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등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 중시 외교를 비판한 것이다.
◇ 대만·우크라이나 문제 상호 지지
양측은 또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각을 세우는 가운데, 긴장 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대만해협과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철저히 상대를 지지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화상 회담에서 서방을 상대로 한 러시아의 안전보장 노력에 대해 지지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우샤코프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에서 "러시아의 우려를 이해하고 러시아의 구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한 러시아 입장에 대한 지지로 풀이된다.
지난 7일 미러 영상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서방이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고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 신화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당한 입장을 가장 확고히 지지할 것이며, 어떤 세력이든 대만 문제를 빌어 중국 측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반미 전략공조·협력 강화 합의
양국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제재와 압박에 대항한 양국의 전략 공조와 협력의 의지를 다졌다.
시 주석은 "중·러 양국은 더욱 많은 연합 행동을 전개해 쌍방의 안보 이익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호해야 한다"며 "양측은 국제문제에서 조율과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더욱 우렁찬 목소리를 내야 하며, 방역·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견실하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양측간 과학기술, 원자력 에너지, 재생가능에너지 등 영역에서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등에서의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아울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조율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는 러중 관계를 21세기 국가 간 협력의 진정한 모범이라고 평가한다"며 "중국과 중요한 공동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교환을 하고 러·중 관계를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중국과 경제와 무역·가스·금융·항공우주 분야 및 전략적 대규모 프로젝트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길 원한다"며 유라시아경제연맹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관련 협력을 강조했다.
◇ 서방 외교보이콧 속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 때 정상회담 합의
양 정상은 미국 등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위기에 처한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힘을 싣는데도 의기투합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나는 우리가 스포츠와 올림픽 운동의 정치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포함해 국제 스포츠 협력에 관해 늘 서로를 지지해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며 "우리가 내년 2월에 직접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앞서 동의한 대로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전에 회담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미국 등 서방의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올림픽의 정치화'라고 반박하는 중국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개막식에 직접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한 것이다.
시 주석은 "나는 우리의 '동계올림픽 약속'에 대해 기대로 충만하다"며 "당신과 손잡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포스트 코로나' 시기 중러관계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고 싶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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