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전세계에서 새로운 모빌리티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메트로폴리스로 꼽히는 서울과 베를린.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두 대도시의 모빌리티를 같은 눈높이에서 비교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베를린에 기반해 활동하는 건축가 김기준과 독일 작가 아스트리드 부시는 최근 베를린 소마300 전시회장에서 '움직임이 멈추는 곳'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통해 영상과 인터뷰, 패브릭 작품을 통해 두 도시의 모빌리티를 나란히 선보였습니다.
부시 작가는 자전거를 타고 베를린 시내를 직접 달리며 도로와 표지판, 교통신호 등 주변 풍경을 찍은 영상을 선보이면서 바닥에는 패브릭에 겹겹이 베를린의 주차장과 구조물을 콜라주 한 이미지를 찍어 전시했습니다.
김 건축가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의 구별 주차장 면수와 평균 이동속도, 도로 면적, 지점별 교통량을 분석해 주차장 확보율이 증가함에 따라 차량 통행속도가 감소하는 모습을 데이터 스페이스 영상을 통해 형상화했습니다.
그는 또 베를린과 서울에서 비슷한 정체성을 가지는 4곳의 모빌리티를 같은 움직임으로 보여주는 영상을 선보여 두 도시 간의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드러냈습니다.
서울 광화문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대로변 상업지구인 서울 강남역과 베를린의 쿠어퓨어스텐담, 도심생산시설이 있던 곳에서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한 서울 성수와 베를린 쇤하우저알레, 다문화가 섞여 시너지를 발휘하는 서울 이태원과 존넨알레의 생생한 모습이 서로 교차합니다.
아울러 베를린과 서울 시내 5명의 거주자의 일상속 모빌리티에 관한 인터뷰 영상을 통해 각자의 정서와 가치관, 도시공간, 그리고 모빌리티 체계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며 다른 삶의 모습을 만들어내는지 조망했습니다.
베를린은 19세기 말 독일 프로이센 제국의 수도로 처음 지정돼 로마나 파리, 런던과 비교해 대도시의 기틀이 늦게 마련됐습니다.
철도나 자동차 등 근대적 교통시설을 고려해 도시가 생성됐고 그 덕분에 기반시설과 공용공간도 넉넉하고 체계화돼 새로운 모빌리티에 실험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은 강력한 IT 기반을 바탕으로 새로운 모빌리티의 경향을 주도해왔습니다.
김 건축가는 "베를린은 공용공간이 많아서, 서울은 IT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모빌리티가 더 잘 수용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면서 "두 도시는 비슷하면서도 아예 달라, 도시의 보편성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드러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작가는 "베를린에서 자전거로 많이 이동하는데, 그 움직임과 속도, 달릴 때 보이는 것들을 형상화하고 싶었다"면서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모빌리티도 달라진다. 흥미진진한 주제"라고 말했습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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