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이스타칼코의 한 공원에 14일(현지시간)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이 등장했습니다.
동그란 메달 모양의 장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군가의 얼굴과 이름이 하나씩 새겨져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생사도 알 수 없게 된 누군가의 자녀, 부모, 배우자, 친구의 얼굴입니다.
마약 범죄조직 등의 강력 범죄가 잦은 멕시코에선 어느 순간 행방이 묘연해진 실종자들이 많습니다.
최신 통계에 따르면 실종자는 총 9만5천121명. 10만 명에 육박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2006년 '마약과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사라졌습니다. 군경과 마약 조직, 혹은 조직 간의 격렬한 다툼 과정에서 목숨을 잃고 어딘가에 암매장된 이들이 많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유골이라도 찾고 싶은 가족들은 생업을 뒤로 하고 암매장지를 찾아 전국 곳곳을 누비기도 합니다.
가족들이 모이는 연말이 되면 실종자 가족들은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실종자 가족 단체가 만든 이 크리스마스 장식에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겼습니다.
그런가 하면 13일엔 멕시코시티 도심 광장에 거대한 '암매장지'가 등장했습니다.
중부 과나후아토주에서 온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무관심에 항의하고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 위해 사랑하는 이들의 사진과 흙, 삽 등을 가져다가 만든 '모형' 암매장지입니다.
수십 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묻힌 암매장지가 발견됐다는 뉴스는 멕시코에서 자주 전해지는 뉴스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끔찍한 소식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실종자를 찾기 위해 땅을 파고 다니는 가족들 입장에선 만감이 교차하는 소식입니다.
실종자의 유해라도 찾고 싶은 마음과 어딘가에 살아있길 바라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유해의 신원 확인을 기다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장식과 모형 암매장지에 놓인 사진 속 주인공들이 언젠가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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