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금리인하 '역주행'으로 물가 급등, 통화가치는 곤두박질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50% 인상하기로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내년도 월 최저임금을 4천250리라(약 32만9천원)로 정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는 올해보다 50% 오른 것"이라며 "최근 50년 동안 가장 높은 인상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상은 노동자들이 물가 상승에 짓눌리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터키의 월 최저 임금은 2천826리라(약 21만9천원)로 터키 전체 노동자의 약 40%가 최저임금 이하의 급료를 받고 있다.
터키 리라화 기준 내년도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됐으나, 달러로 환산할 경우 내년도 실질 임금은 오히려 올해보다도 내려간다.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올해 들어 절반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리라화는 올해 초 1달러당 7.4리라에 거래됐으나, 이날 기준 리라화 가치는 1달러당 15.7리라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 환율로 최저임금을 달러로 환산하면 약 380달러에 달했으나, 현재 환율을 적용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약 270달러에 그친다.
리라화 가치 하락은 터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9월부터 석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며, 이날도 15%이던 기준금리를 14%로 1%포인트 인하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외화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시중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가 상승한다.
실제로 터키는 20%를 웃도는 물가상승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일 터키의 공식 통계 조사기관인 투르크스탯이 발표한 1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1.31%를 기록했다. 터키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를 넘어선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최근의 환율 변동과 터무니없는 물가의 불확실성에 최대한 일찍 종지부를 찍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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