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부인 루시아 이리아르트가 99세의 나이로 16일(현지시간) 사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노체트의 손녀인 카리나 피노체트는 트위터에 "사랑하는 할머니가 99세의 일기로 가족들과 사랑하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손녀는 "할머니는 칠레 국민을 위해 헌신했으며, 역사는 그녀의 업적을 제대로 평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수도 산티아고의 중심 광장인 이탈리아광장에는 군중들이 몰려와 그녀의 사망을 반겼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이곳은 지난해 몇 달간 계속된 시위의 중심지였다.
이리아르트는 1922년 칠레 북부 해안 도시 안토파가스타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부친은 1940년대 내무장관을 지냈다.
알레한드라 마투스 기자가 쓴 이리아르트의 전기에 따르면 그녀는 1943년부터 남편 피노체트가 사망한 2006년까지 함께했으며, 성격이 강해 종종 남편을 비판하기도 했다.
피노체트는 육군참모총장이던 1973년 9.11 쿠데타로 당시 대통령을 살해하고 집권했다. 그러나 17년간 집권 기간에는 군사독재에 저항하던 3천 명 이상의 시민들이 살해되거나 실종됐고 수만 명이 고문을 당했다.
이리아르트의 사망은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더 시선을 끌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대선에서는 피노체트 독재를 옹호하는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와 군사독재 잔재 청산을 주장하는 좌파 학생 지도자 출신 가브리엘 보릭 간 2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보릭은 이리아르트의 사망과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조국에 극심한 고통과 분열을 초래해 놓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죽었다"고 냉소했다.
지난해 칠레 국민들은 피노체트 군사독재 시절 제정된 헌법 폐기에 대해 78%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으며, 지난 7월에는 새 헌법을 마련할 제헌의회가 출범했다.
각국 언론은 칠레가 민주화의 길에 들어선 1990년 이후 가장 국론 분열적인 선거를 치르게 됐다고 논평하고 있다.
가디언은 2014년부터 '그 할망구 죽었어?'라는 트위터 계정에는 종종 '노'라는 단어가 올라오다 이날 마침내 '예스'라는 단어가 올라왔고, 수십만 명이 이를 리트윗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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