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표현 사용 않을 듯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미국이 중국의 인권 침해를 문제 삼아 내년 2월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각료 등 정부 대표를 일절 파견하지 않는다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것에 동참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일본 정부를 향해 주일 중국대사가 '선의'를 보이라고 압박했다.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쿵쉬안유(孔鉉佑) 주일 중국대사는 16일 도쿄에서 한 강연을 통해 "일본의 일부 사람들이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의 인권 문제에 관한 유언비어와 거짓말을 퍼뜨리며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내세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 측은 스포츠의 정치화에 명확하게 반대하고 중국이 도쿄올림픽을 지지한 것에 상응하는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유일한 동맹으로 여기는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선언에 보조를 맞추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촉구한 발언이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1년 연기돼 올 8월 막을 올린 2020도쿄올림픽에 체육부 장관 격인 거우중원(苟仲文) 국가체육총국장을 대표 사절로 파견했다.
미국 입장을 살피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일본 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6일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화한 뒤 어떻게 대응할지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다.
그간 거론된 유력한 안으로는 중국이 도쿄올림픽 때 보내준 사절의 격에 맞춰 무로후시 고지(室伏?治) 스포츠청 장관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무로후시 장관 파견은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을 거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6일 국회 답변을 통해 베이징올림픽에 자신이 직접 참석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기시다 총리는 외교적 보이콧 동참 문제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국익에 근거해 독자적으로 판단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각료급 사절을 파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기시다 총리가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말을 정식으로 사용하는 나라와 사용하지 않는 나라가 있는 등 다양하다. 미국조차 공식 성명에서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며 일본 정부 차원에서 각료급 파견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동맹인 미국에 보조를 맞추면서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쿵 대사는 전날 강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겨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극히 일부 정치가가 '대만 유사(有事)는 일본의 유사'라고 주장하며 대만 문제에 개입할 것을 부추기는 등 과격한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며 "(일본 측이) 한 걸음을 실수하면 양국 관계에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베 전 총리가 지난 1일 대만 국책연구원이 주최한 화상 강연에서 "대만에 일이 있다는 것(有事)은 일본에 일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미일 동맹에 일이 있다는 것"이라며 대만 유사시에 미국과 일본이 공동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했는데, 이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쿵 대사는 또 내년 중일 양국이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것에 대해 "과거의 경험과 시사점을 근거로 현재의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장래의 방향성을 정하는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두 나라가 서로 존중하고 가치관의 차이를 바른 방향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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