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권좌 굳혔으나 더 가난하고 고립된 국가 됐다"
"북한 주민 처음엔 젊은 지도자에 기대했지만 결국 생활고 심화"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10년 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27살의 나이에 북한 최고지도자가 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주요 외신이 대체로 부정적인 성적을 매겼다.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 10주기인 17일을 전후해 '김정은 치하 10년'을 조망하는 서방 외신의 보도가 잇따랐다.
미국 AP 통신은 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능력을 키우고 북한 최고지도자로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지만 이제는 대북제재 강화와 국경봉쇄, 부실경영으로 황폐해진 경제를 되살리려 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국무위원장은 아버지인 김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13일만인 2011년 12월 30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돼 최고권좌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젊은 그가 3대 세습에 성공할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대대적인 숙청으로 권좌를 공고히 한 뒤 핵무기 개발에 자원을 쏟아부어 2016∼2017년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잇따라 성공,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소유한다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이로써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화했고 유엔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AP 통신은 지적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김정은 치하에서 북한이 더 강한 국방력을 갖췄지만 크게 고립됐고 중국에 더욱 의존적인 국가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정은의 첫 10년은 '핵무기 추구'로 정의된다"면서 한때 김 국무위원장이 북한 경제를 개혁하고 한미와의 관계에서 변화를 추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 보통 주민들은 초기 몇 년 동안에는 김정은의 통치에 일시적으로 희망을 품었다가 이후엔 보통 수준으로 (기대가) 줄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네덜란드 레이던대학의 한국 전문가 크리스토퍼 그린 교수의 분석을 소개했다.
로이터 통신은 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대가로 대북 제재를 완화 혹은 해제하는 힘든 결정을 내리거나, 정치적 통제 능력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경제를 부양할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BBC 방송은 2년 전 한국에 망명한 류현우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를 비롯한 탈북자 10명을 인터뷰해 김정은 치하 10년간 북한 주민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전하기도 했다.
BBC는 젊은 지도자의 등장으로 변화를 기대한 북한 주민이 많았으나 "북한은 결과적으로 더욱 가난하고 고립된 국가가 됐다"면서 "김 국무위원장에게는 북한 인민에게 자유를 줄 힘이 있었지만, 2천500만 북한 인민들은 자유를 얻는 대신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김정은 지도하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자연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래된 유례없는 도전에 시달렸다"고 진단했다.
또 "(김 국무위원장이) 아버지가 지녔던 직위인 노동당 총비서에 추대되면서 시작된 한 해가 식량부족과 전염병 대유행, 경제 상황에 대한 공포 속에 마무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은의 10년 : 핵실험, 외교, 그리고 K-팝'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과 김정남 암살, 역사적 북미정상회담 등 지난 10년간의 북한 관련 주요 사안을 차례로 소개했다.
WP는 김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어려움을 언급하며 경제실패를 자인했으나 여전히 미국을 '우리의 가장 큰 적'으로 지칭하며 핵협상에 복귀할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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