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내각 승인…의회 통과시 남녀 모두 21세 같아져
"여성 교육권 등에 도움" vs "역효과 우려" 찬반 갈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조혼이 흔한 인도에서 여성의 혼인 최저 연령이 18세에서 21세로 상향된다.
17일 더힌두 등 인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 연방정부 내각은 전날 이런 내용으로 여성 혼인 법정 최저 연령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수정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공식 효력을 얻게 되면 인도의 법정 혼인 최저 연령은 남녀 모두 21세로 같아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남자 21세, 여자 18세로 법정 혼인 최저 연령이 달랐다.
이번 조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해 8월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정부는 딸과 여동생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다"며 혼인 최저 연령 수정 필요성을 제기한 후 탄력을 받았다.
올해 초에는 뉴델리 인근 하리아나주의 소녀 수백 명이 모디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법정 혼인 최저 연령을 21세로 높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간 인도에서는 여성 교육권을 회복하고 산모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조혼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법적으로라도 혼인 최저 연령을 높여 18세 미만의 불법 조혼 관습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도의 저소득층은 성폭력에 노출되는 위험을 피하고 부양가족 수를 줄이기 위해 여아의 조혼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9∼2021년 진행된 인도의 가족보건조사에 따르면 20∼24세 여성 가운데 23.3%가 18세 이전에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 선호가 특히 심한 시골에서는 여아 불법 낙태, 살해, 유기 등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회 연구 전문가인 란자나 쿠마리는 알자지라에 "인도 정부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소녀들이 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고 그들이 원할 때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실제 현실에서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부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여성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도 많은 소녀가 18세 이전에 결혼하고 13∼15세에 임신하고 있다"며 법정 혼인 최저 연령이 올라가면 더 많은 결혼이 불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권운동가이자 공산주의 성향 정치인인 카비타 크리슈난은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여성이 아닌 남성의 법정 혼인 최저 연령을 18세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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