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반도체·AI·바이오까지…'中 기술굴기' 저지 총력나선 美

입력 2021-12-17 14:11   수정 2021-12-17 14:15

5G·반도체·AI·바이오까지…'中 기술굴기' 저지 총력나선 美
국가안보, 위구르족 인권 등 명분 삼아 중국 기업 제재 확대
중국 첨단기업 글로벌 공급망 배제와 돈줄 끊기 동시 노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5세대 이동통신(5G) 선도 기업이던 화웨이(華爲)에서 본격화한 미국 정부의 중국 기업 제재가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영역으로 거침없이 확대되고 있다.
이를 두고 기술 분야가 미중 신냉전의 핵심 전선으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자국 안보와 인권 등 명분을 앞세워 미래 핵심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굴기'(?起)를 저지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16일(현지시간)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 기업·기관 19개를 무더기로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다.
추가 제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재무부 제재는 신장 위구르족 감시 기술을 제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중국 AI·클라우드 컴퓨팅 업체에 미국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상에는 해외에서 메그비(Megvii)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중국의 대형 AI 업체 쾅스커지(曠視科技), 세계 최대 상업용 드론 업체인 DJI(大疆) 등이 포함됐다.
미국 투자자들은 재무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에 투자가 금지된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조처는 해당 업체들이 성장을 위해 세계 시장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데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메그비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AI 스타트업인 센스타임(Sense Time·商湯科技)의 최근 사례는 미국 재무부 제재의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센스타임은 당초 이달 17일 홍콩 증시 상장으로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가 지난 10일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와 관련해 센스타임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자 지난 13일 상장이 돌연 중지됐다.
메그비와 센스타임, DJI 등 재무부가 이번에 제재한 중국 기업 대부분은 기존에 미국 기업과 거래가 제한되는 상무부 블랙리스트에도 올라 있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이중 제재'를 통해 자국의 기술과 자금이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의 AI 산업 성장에 쓰이지 못 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안면인식, 영상 분석, 자율주행 등 분야에서 중국의 대형 AI 기업들의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에 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 제재 명분으로 내세웠듯이 이들 기업이 군중 속에서 '요주의 대상'인 위구르족을 식별해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중국의 '감시 사회'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상무부의 이번 추가 제재가 바이오 기술 분야를 정면으로 겨눈 점도 눈길을 끈다.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같은 날 중국군의 핵심 의학 연구기관인 군사의학과학원 및 산하 11개 연구기관을 자국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면서 이들 기관이 두뇌를 통제하는 무기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생명공학과 의학은 생명을 구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지만, 중국은 이를 종교·인종적 소수자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기술이 이 같은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위에 이용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선택적 협력'을 추구하며 이전 정부와 차별화된 노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 압박 기조는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평가다.
돌이켜보면,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 기업인 화웨이를 향한 미국의 공세는 중국 기업 압박의 '서곡'이었다.
미국은 2019년부터 화웨이를 상대로 제재를 시작했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에릭슨과 노키아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던 화웨이는 결국 중국의 '로컬 기업'으로 전락해버렸다.
반도체 등 핵심부품 부족으로 화웨이는 주력 제품인 이동통신 중계기와 스마트폰 등 제품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최첨단 하드웨어 부품이 적게 들어가는 전기차 플랫폼, 클라우드, 스마트 광산 솔루션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뚜렷한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화웨이에 이은 다음 핵심 표적은 중국의 반도체 자립의 희망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였다.
미국 상무부와 국방부는 작년 말 SMIC를 나란히 제재 명단에 올렸다.
상무부 제재로 SMIC는 미국 등 세계 기업으로부터 첨단 미세공정 관련 반도체 제조 장비와 원재료 등을 사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 공급하는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첨단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국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도 아직 SMIC의 기술 수준은 파운드리 세계 1∼2위 업체인 대만 TSMC나 한국 삼성전자와 격차가 크다. 이 회사 주력 제품은 아직 이보다 훨씬 회로선 폭이 두꺼운 55㎚, 65㎚, 0.15㎛(마이크로미터), 0.18㎛급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걸쳐 강력히 추진되는 대중 기업 제재 과정에서 다양한 명분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기술 전쟁'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자국의 기술과 자금이 패권 경쟁 상대인 중국에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날로 강해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을 상대로 한 규제 강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도입된 '외국회사문책법'(The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에 따라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중국 정부가 소유 또는 지배하는 회사인지 여부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의 기술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기술을 중국과 패권 경쟁의 최전선으로 보고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더 많은 중국 기술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미국의 제재 확대와 규제 흐름은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한 노력과 궤를 같이 한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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