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중간평가 성격…여론은 대만 정부에 불리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대만이 오늘 가축 성장 촉진제가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문제 등을 놓고 국민투표를 치른다.
국민투표에서 질 경우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을 이끄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정치적 입지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대립의 한 복판에 있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의 변화로 이어질 지도 관심이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늘 오전 8시(이하 현지시간)부터 오후 4시까지 대만 전역 투표소에서 국민투표가 진행된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유권자들은 ▲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 제4원전 상업 발전 개시 ▲ 타오위안(桃園)의 조초(藻礁·산호의 한 종류) 해안에 건설 중인 천연가스 도입 시설 이전 ▲ 국민투표일을 대선과 연계 등 4가지 안건에 찬반 의사를 밝히게 된다.
투표 결과, 찬성 유권자가 반대 유권자보다 많고, 찬성 유권자가 전체 대상 유권자 1천982만5천468명의 4분의 1(495만6천367명)을 넘으면 해당 안건은 통과된다. 정부와 국회는 그 결과에 따라 후속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안건 대부분이 민진당 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내용이어서 이번 국민투표는 차이잉원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안건이다.
대만은 오래전부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길 원했지만 미국은 돼지고기와 소고기 수출 장벽을 먼저 없애 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차이 총통은 지난해 8월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와 30개월 이상 소고기의 수입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강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 안보를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미국과의 전방위 관계 강화를 위한 양보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자 대만 축산업계와 노동계가 격렬하게 반대했고, 결국 국민투표를 치르게 됐다.
제4원전 상업 발전 개시는 차이 총통이 추진해온 탈원전 정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대만 4원전은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의 여파로 거의 완공된 상태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돼 봉인된 상태다.
대만에는 1∼4원전이 있는데 이 중 제4원전을 제외한 나머지 원전들은 노후화해 이미 가동을 중단했거나 곧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민진당은 모든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해달라는 뜻의 '4개부동의'(四個不同意)를,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은 '4개동의'(四個同意)를 호소해왔다.
민진당과 국민당은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물론 2024년 치러질 총통·국회의원 동시 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대선 수준에 버금가는 총력전에 나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왔다.
16일 대만 TVBS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4원전 상업 발전 개시 안건에서만 반대의견이 근소한 차이로 우세했을 뿐 나머지 3개 안건은 찬성 의견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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