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미국인 6 중 1명만 맞아…접종 기회 줄어든데다 거부감·혼란도 많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이 빠르게 번지고 있지만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의 접종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우려를 낳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데이터를 인용해 전체 미국인 중 부스터샷을 맞은 사람이 6명 중 1명에 그친 상태라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6개월이 지나 부스터샷 자격이 주어진 성인들로 범위를 좁히면 약 30%가 부스터샷을 맞았다.
가장 취약한 연령대로 꼽히는 65세 이상 인구를 봐도 부스터샷 접종률은 50%를 조금 넘긴 수준이다.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뉴욕시에서도 800만명이 넘는 인구 가운데 18.8%인 약 150만명만 부스터샷을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오미크론 변이가 통상적인 백신 2회 접종으로 형성된 보호 효과를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런 지체는 걱정스러운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오미크론 감염을 막으려면 부스터샷까지 맞아야 안전하다고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부스터샷 접종 기회는 다저스타디움 같은 대형 스포츠 경기장을 대규모 백신 센터로 전환해 문 열었던 올봄보다 크게 제한돼 있다.
시애틀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패트릭 칼슨은 어머니가 사는 캘리포니아 옥스나드에는 백신 접종소가 4곳 있는데 이 중 주말에 백신을 접종하는 곳은 1곳뿐이고, 올해 연말까진 주말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1곳도 올해 말까지 빈 자리가 전혀 없는 상태다.
부스터샷 접종 독려가 외려 백신에 대한 거부감만 더 키웠다는 사람도 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지 와이엇은 "3회 접종까지 들고나와서도 여전히 (바이러스를) 잡을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4회, 5회, 6회 접종까지 갈 거냐"라고 반문했다.
와이엇은 백신을 맞지 않았지만 대신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밝혔다.
부스터샷을 맞고도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80대 노부부인 짐 레먼드와 제럴딘 레먼드는 부스터샷까지 맞았지만 여전히 보호 효과가 충분한지 확신이 안 서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응급치료 클리닉에 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코로나19는 계속 오름세다. NYT의 집계에 따르면 17일 기준 미국의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2주 전보다 20% 증가한 12만5천838명이었다.
하루 평균 입원 환자도 18% 늘면서 6만8천600여명이 됐고, 하루 평균 사망자는 15% 많아진 1천284명으로 집계됐다.
NYT는 뉴욕의 코로나19 검사소에 긴 줄이 늘어서고 식당은 문을 닫는 한편 브로드웨이의 공연이나 크리스마스 파티가 취소되면서 다시 백신이 없던 작년으로 되돌아간 듯하다고 전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