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국방부 비밀문서 분석…"잘못 시인·책임자 처벌 전무"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미국 오바마 행정부 말년부터 최근까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서 벌인 소위 '테러와의 전쟁'에서 드론의 오폭으로 인해 다수의 어린이를 포함한 수천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드론 폭격에 의한 민간인 사망 사건 1천300여 건을 조사한 미 국방부 비밀문서를 입수했다며, 이들 문건은 그동안 미국 정부가 주장해 온 '정밀 폭격'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해 온 미국 정부의 약속은 항상 공염불에 그쳤다면서 "오폭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자를 처벌한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미 알려진 오폭 사건 내용도 함께 전하면서, 미군 당국이 밝힌 민간인 사상자 수는 "실제보다 훨씬 축소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특수전사령부는 2016년 7월 19일 새벽 3시에 시리아 북부 강변의 작은 마을 토하르에서 반군인 이슬람국가(IS) 세 그룹을 정밀 폭격해 85명의 테러리스트를 죽였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폭격한 것은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농가였고 사망자들은 한밤중 폭격과 총격을 피하려던 농민과 마을 주민 120여 명이었다고 NYT는 폭로했다.
미군은 또 2015년 11월 이라크 라마디에서 남성 1명이 "묵직한 미확인 물체"를 IS 진지 쪽으로 끌고 가는 것으로 보고 드론으로 폭격했지만, 조사 결과 이 '물체'는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어린아이의 시신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NYT는 정찰기가 보내온 부실하고 부정확한 영상이 치명적 오류를 낳기도 한다면서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오폭 사례를 들었다.
미군 당국은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폭탄을 싣고 가던 트럭을 드론으로 폭격했다고 주장했지만, 트럭에는 한 가족 10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오폭을 시인해야 했다.
2017년 초에도 미군은 이라크 서부 모술의 민간인 거주지 와디 하자르에 있는 교차로에서 어두운 색상의 자동차가 차량 폭탄 공격을 감행하려는 것으로 판단해 폭격했지만, 이 차에는 폭탄이 실려 있지 않았다.
대신 이 차에는 인근에서 벌어진 전투를 피해 이동하던 마지드 마무드 아흐메드와 그의 아내, 두 자녀만 타고 있었다. 이 폭격으로 이들 모두와 부근을 지나던 행인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군의 오폭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불구가 돼 엄청난 비용이 드는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미군이 위로금을 준 경우는 겨우 손에 꼽을 정도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의 중동전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의 빌 어반 대변인은 이에 대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어도, 불완전한 정보에 의해서든 아니면 확보된 정보에 대한 오독에 의해서든 실수를 하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이런 실수로부터 늘 배우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런 피해를 줄이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모든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으며,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된 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동에서의 미군의 드론 폭격은 특히 오바마 행정부 말년에 지상군 투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하면서 급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새로운 전술은 "역사상 가장 정밀한 공중전"이 될 것이며, 민간인 사상자 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후 5년 동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서 단행된 5만 회 이상의 드론 공격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이번 보도를 위해 기자들이 미군의 오폭으로 희생자가 발생한 100여 곳을 일일이 방문했고, 수십 명의 생존자와 전·현직 미군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NYT는 입수한 비밀문서를 토대로 한 차례 더 보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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