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 1948∼1952년 미방첩부대 정보원"

입력 2021-12-19 22:00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 1948∼1952년 미방첩부대 정보원"
"사민당 지도부 엄호 하에 미에 구소련 공격계획 등 정보 제공 가능성"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동방정책으로 독일 통일에 결정적 공헌을 한 빌리 브란트(1913~1974) 전 서독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8∼1952년 미국 방첩부대(CIC)의 정보원으로 활동했다고 독일 주간 슈피겔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피겔은 미군 방첩부대의 1952년 6월 독일과 오스트리아 정보원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끝에 베를린 슐라흐텐제에 거주하던 빌리 브란트 전 총리가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역사학자인 토마스 보그하르트 미군 역사센터 선임연구원은 빌리 브란트와 관련된 CIC의 서류철을 확인한 결과 브란트 전 총리가 1948년∼1952년 미군 방첩부대에 정보를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브란트 전 총리는 1952년 3월 정보원 활동을 끝낼 때까지 200여 차례 방첩부대 연락책을 만나 동독의 구소련 점령지역과 동독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당시 보고서는 모두 정기적으로 폐기돼 사라졌지만, 브란트와 언제 접촉했는지, 돈이 어느 정도로 지급됐는지, 사안은 무엇이었는지 적힌 서류는 남아있다고 보그하르트 선임연구원은 전했다.
브란트 전 총리는 미군 방첩부대에 동독 사회주의통일당(SED)과 자유독일청년동맹(FDJ), 작센주의 정치범과 동독 정비공장, 철도, 구소련 병력의 통신 장비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미군 방첩부대는 그를 1950년 1월 내부서류에 접근할 수 있는 O형 수사정보원으로 분류했다. 그의 등록번호는 O-35-Ⅷ이었다.
브란트 전 총리는 1933년 19세 때 나치를 피해 스칸디나비아로 망명했을 때도 연합군에 노르웨이와 덴마크의 독일 점령군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었다. 이는 반나치 운동가였던 망명자로서는 드물지 않은 행보였다고 슈피겔은 설명했다.
그는 1947년 독일로 복귀해 국적을 회복한 뒤 1948년부터 베를린의 사회민주당(SPD) 지도부를 대표해 연합국 관리위원회에서 일했다.
미군 방첩부대는 브란트 전 총리가 영리하고 정력적이라며 공산주의를 증오하는 진정한 사회주의자로 서방 연합군의 친구라고 평가했다.
브란트 전 총리는 베를린에 복귀하자마자 미국 외교관에 의해 미군 방첩부대와 연결됐으며, 연락책들과 베를린 그루네발트의 안가나 자신의 집이나 차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미군 방첩부대는 특히 사민당의 전설적인 동독사업소에 관심이 많았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구소련 점령군 내 당원들과 연결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구소련의 공격계획과 관련한 단서에 관심이 집중됐다.
보그하르트 선임연구원은 브란트 전 총리가 등록번호까지 있은 것으로 봐서 당원들이 모르게 미군 방첩부대에 정보를 제공해왔다고 보고 있지만, 당 지도부의 용인 내지 지시에 따라 미군 방첩부대에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강력한 간접증거도 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당 기록에 따르면 사민당 지도부는 동독사업소가 영국 또는 미국과 기본적으로 협력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때에 따라 서로 돕고 돕는 관계였다.
페터 지헬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서베를린 지부장은 당시 협력관계는 당 지도부와 협의된 일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브란트 전 총리는 부패하지 않았고, CIA는 그를 정보원이 아닌 정당 대표자로 간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브란트 전 총리가 사민당 지도부의 엄호 아래 미군 방첩부대에 동독사업소의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슈피겔은 지적했다. 미군 방첩부대가 브란트 전 총리가 모르게 그를 정보원으로 관리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브란트 전 총리가 서명한 정보원 진술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브란트 전 총리는 정보제공 대가로 1948년에는 암시장에서 돈 대신 유통되던 담배와 설탕, 커피 등을, 1950년부터는 서독 시민의 월 평균임금인 250마르크와 부수적 비용, 특별보너스 등을 지급받았다.
이는 동독사업소 업무 활동에 주로 사용됐다. 한 미군 방첩부대 장교는 1948년 브란트 전 총리가 대가를 요구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위스키 애호가로서 선물로 미국산 위스키는 즐겨 받았다고 미군 방첩부대 보고서에 적혀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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