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숨진 재포스 창업자 유산 6천억원에 가족·친구 소송전

입력 2021-12-20 09:24  

화재로 숨진 재포스 창업자 유산 6천억원에 가족·친구 소송전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스터리한 화재 사고로 숨진 대만계 미국인 사업가의 막대한 유산을 놓고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복잡한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1년 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 사고의 후유증으로 숨진 토니 셰 재포스(Zappos) 창업자가 남긴 5억2천300만 달러(약 6천203억원)의 유산이 분쟁 대상이다.
그가 창업한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재포스는 아마존이 2009년 12억 달러(약 1조4천억원)에 사들일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고객도 만족한다는 '해피니스 경영' 철학의 전도사로 유명한 셰 창업자는 재포스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뒤 술과 약물에 의존하고 단식과 소변 참기 등의 기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금융고문으로 함께 일했던 토니 리는 유산 중 750만 달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창업자의 형제인 앤디 셰가 고인에게 술과 아산화질소 수천 통을 가져다주는 등 알코올과 약물 중독을 부추겼다고 주장해 유가족과 정면충돌했다.
셰 창업자의 오랜 친구인 미미 팜은 유산 중 9천만 달러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앤디와 리처드 등 고인의 형제들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역시 소송을 냈다.
고인이 살던 유타주 파크시티 저택의 벽에 붙여놓은 포스트잇 메모지들도 이런 소송의 근거가 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인인 마크 에번스볼드는 셰 창업자가 사망 3개월 전 남긴 메모지에 적힌 합의 내용을 근거로 3천만 달러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산을 둘러싼 줄소송은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네바다주 지방법원에서 다뤄지고 있으나, 분쟁 해결까지 여러 해가 걸릴 수 있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유족도 반격에 나섰다.
유족 측은 소장에서 토니 리와 미미 팜 등을 가리켜 "토니 셰가 파크시티를 창조의 메카로 변모시킨다는 충동적이고 형편없는 투자를 추진하도록 부추겼다"며 "이들은 내부자 지위와 토니 셰의 약점을 이용해 이득을 챙겼다"고 비난했다.
소송 과정에서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름도 등장해 관심이 배가된다.
팜의 변호인은 셰 창업자가 유명 배우 조셉 고든-레빗의 온라인 프로덕션인 히트레코드에 투자한 것과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토니 셰는 지난해 12월 코네티컷주 뉴런던의 친구 집 창고에서 난 화재로 크게 다친 뒤 결국 숨졌다. 경찰은 범죄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부주의 또는 본인의 고의적인 행동에 따른 화재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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