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각류 따뜻한 저위도에서만 서식, 냉혈동물인 현대 파충류에 더 가까운 듯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브론토사우루스나 디플로도쿠스 등 지구 역사를 통틀어 땅 위에 존재했던 동물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용각류(龍脚類) 공룡들이 열대지역을 중심으로 따뜻한 곳에서만 서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체온 조절을 외부 환경에 의존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온혈동물로 정리된 일반 공룡과는 다른 생리를 가졌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 따르면 연구팀은 공룡 화석이 극지를 비롯해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과 달리 용각류 화석은 저위도에 국한돼 발견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한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공룡시대로 불리는 약 2억3천만∼6천600만 년 전 중생대의 공룡 화석을 용각류와 티라노사우루스나 벨로시랩터와 같은 수각류(獸脚類), 트리케라톱스를 포함한 조반류(鳥盤類) 등 세 종으로 나누고, 발굴 자료와 이 시기 대륙의 위치, 기후 정보 등을 결합해 분석했다.
우선 용각류는 캐나다와 러시아, 북유럽 등 북위 50도 이상과 남극 등 남위 65도 이하 지역에서는 화석이 전혀 발굴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북위 50도 이상 지역에서도 수각류와 조반류 화석이 자주 발견되고 있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됐다.
연구팀은 이를 기후 자료와 결합하고 서식지 모델링을 통해 용각류의 서식 환경을 분석한 결과, 수각류나 조반류와 비교해 더 따뜻하고 건조한 지역에서 서식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오늘날로 따지면 사바나와 비슷한 개활지 환경에서 서식한 것으로 추정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UCL의 필립 마니언 박사는 "현재보다 기온이 높아 얼음이 얼지 않고 풀이 자라던 남극 한가운데부터 알래스카 극지에 이르기까지 공룡이 번성했지만, 용각류만은 영하에 가까운 기온을 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용각류가 다른 공룡과 달리 체온 유지를 위해 외부환경에 더 의존하는 온도 요건을 가져, 현대 파충류와 같은 냉혈동물에 약간 더 가까웠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공룡은 한때 현대 파충류와 비슷한 냉혈동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스스로 열을 내는 온혈동물에 더 가까운 것으로 연구돼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용각류가 다른 공룡보다 냉혈동물에 더 가까운 중간적 생리 특성을 가졌을 수 있다고 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스페인 비고 대학의 알피오 알레산드로 치아렌자 박사는 "용각류가 생리학적으로 추운 지역에서는 아예 살 수 없었거나 다른 공룡보다 경쟁력이 떨어졌을 수 있다"면서 수각류와 조반류 일부가 몸에서 나는 열을 유지하기 위한 깃털이나 솜털을 가졌지만 용각류에게서는 이런 증거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용각류는 긴 목과 꼬리를 이용해 현대 포유류보다 열을 더 쉽게 식히고, 호흡기도 열을 분출하는데 더 효율적인 조류와 유사한 체계를 가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알 부화 방식에서도 알을 직접 품는 수각류나 썩어가는 식물의 열을 이용하는 조반류와 달리 땅속에 묻어 태양이나 지열에 의존하는 등 차이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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