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연구 분석…"mRNA식 아니라도 중증은 예방"
중·러 백신 보급된 중·저소득국에 큰 골칫거리
"접종수요 약화·추가 변이 출현 땐 팬데믹 장기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모든 종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새 변이 오미크론으로부터 중증 예방 효과는 뛰어나지만, 화이자사와 모더나사가 개발한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을 제외하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는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중·저소득국을 중심으로 대부분 국가가 이들 비mRNA 백신을 위주로 접종 프로그램을 구축해온 탓에 이러한 백신 효능 격차가 팬데믹 장기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화이자 모더나를 제외한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얀셴의 계열사), 중국과 러시아산 백신 등 대부분의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막지 못한다는 예비 연구가 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전히 수십억 명이 백신을 맞지 않은 상황에서 오미크론 감염 증가는 취약층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추가 변이의 출현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동시에 오미크론 방어력에 대한 백신 효능에 관한 뉴스는 개발도상국에서 백신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신 mRNA 기술이 적용돼 모든 변이에 감염에 대한 최적의 보호 효과를 일관되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시노팜·시노백 등 중국산 백신의 오미크론 변이 감염예방 효과는 제로(0)에 가깝다. 이들 백신은 전 세계 백신 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들 백신은 중국을 비롯해 멕시코와 브라질 등 중저소득 국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백신 접종 후 6개월이 지나면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전혀 막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접종자의 90%가 이 백신을 맞았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세계 백신공급 프로그램인 코백스(Covax)가 44개국에 6천700만회분을 보급했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백신 또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방어력이 매우 낮을 것일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이 백신은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 사용되고 있다.
1회 접종 방식으로 아프리카에서 수요가 급증한 존슨앤드존슨 백신 역시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막을 능력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미미했다.
미 웨일 코넬메디슨의 바이러스학자 존 무어는 지금까지는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덜 치명적으로 보인다는 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라며 "먼저 잃은 것은 가벼운 감염으로부터의 보호이고, 훨씬 더 잘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심각한 질병과 사망으로부터의 보호"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글로벌보건정책센터장 J.스티븐 모리슨은 이것만으로는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기에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돌파 감염자들은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증상만 경험할 수 있지만, 이들은 백신 미접종자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고 이들은 더 심각한 병에 걸릴 수 있고 새로운 변이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세스 버클리 박사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도 계속해서 전염병 대응의 중심은 백신 접종 가속화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초기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들이 오미크론변이에 재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부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브라질이나 인도처럼 이미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했던 국가들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완충지대를 가질 수 있고, 감염 후 백신을 맞으면 항체가 크게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은 상당수가 중·러 백신, AZ 백신에 의존하고 있는데, 높은 접종률이 오미크론 변이가 심각한 상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초기 보도와 맞물려 경계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모리슨 센터장은 오미크론 변이의 백신 회피 능력이 중저소득 국가들에 "엄청난 후퇴"라고 말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부스터샷에 대한 논의는 거리가 멀고 여전히 1차 접종에 주력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최소 1회 백신을 맞은 사람은 13%에 불과하다.
인도의 경우엔 락스미나라얀 박사는 인도 정부가 부스터샷을 고려하고 있지만 델타 변이가 여전히 인도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는 정부가 백신 1·2회 접종에 주력하느냐 고령층과 고위험 질환자에게 부스터샷을 접종하느냐 사이의 어려운 선택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는 또 "비 mRNA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에 거의 효과가 없다는 소식은 이미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가들의 접종 수요를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스쿨의 톨버트 응엔스와 선임 연구원은 비 mRNA 백신에 의존해온 남반구 국가들에 대한 새로운 위협은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 기술을 공유하거나 중저소득 국가의 생산기지 건설을 돕지 않은 잘못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위험한 변이가 계속 출현할 것이고 코로나19 팬데믹을 장기화할 것이라고 니엔스와 박사는 내다봤다.
버클리 박사는 백신 접종을 완화하거나 mRNA 백신만이 접종할 가치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선진국이 이 백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상황을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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