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법 제정 추진 시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지난 19일 선거를 통해 친중 진영이 싹쓸이한 홍콩 입법회(의회)가 가장 먼저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20일 입법회 선거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본법(홍콩 미니헌법) 23조를 정부 의제로 다시 설정할 것이냐는 질의에 "관련 부처가 준비 중"이라며 "해당 법안이 2003년 중단된 후 많은 해가 지났고 지난해 홍콩국가보안법도 제정됐기 때문에 이제 그 법안이 업데이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콩 기본법 23조는 반역, 분리독립, 폭동선동, 국가전복, 국가기밀 절도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외국 정치기구가 홍콩에서 정치활동을 하거나 홍콩 정치단체가 외국 정치기구와 관련을 맺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직접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한 후에도 홍콩 정부에 별도 국가보안법을 자체적으로 제정할 것을 주문해 왔다.
중국 정부가 만든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홍콩에서는 이미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50여 명이 체포되고 수십 명이 기소됐으며, 범민주진영 주요 노조와 시민단체가 홍콩국가보안법의 압박 속에서 자진 해산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홍콩국가보안법을 보완하는 별도의 국가보안법을 홍콩이 제정해 자신들이 만든 법에 담기지 않은 다른 죄목을 담아야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홍콩 정부는 2003년 기본법 23조에 근거해 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당시 50만명에 달하는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대 시위를 벌이자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
이후 2019년 범죄인 송환법 반대에서 촉발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이에 놀란 중국 정부가 이듬해 직접 나서서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해버렸다.
SCMP는 "홍콩 정부가 홍콩판 국가보안법 추진을 밀어붙여도 이제는 정치적 환경 변화 속에서 야권은 사라지고 대부분의 잠재적 장애물이 제거된 상황이라 2003년과 같은 대규모 반대 시위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친중 진영이 장악한 홍콩 입법회가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반 초이(蔡子强) 홍콩중문대 정치행정학 선임 강사는 SCMP에 "새 입법회가 정부에 과도하게 협조적으로 나오면서 정부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고 부패가 증가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로부터 이민국 관리 2명이 사치품 선물을 받은 사례를 거론하면서 "민주 진영은 (이 일에) 책임을 추궁하겠지만 새로운 입법회는 과연 그렇게 할까?"라고 지적했다.
홍콩 명보는 새 입법회에 대해 "고무도장도 안 되고 포퓰리즘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명보는 "이번 선거 과정은 대체로 순조로웠으나 투표 열기가 낮았던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며 "지난 10년간 홍콩의 정치는 점점 더 양극화·급진화됐으며 이에 중국 정부가 선거제도를 개편했다. 이제 관건은 실용주의 문화의 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전한 행정-입법 관계는 맹목적으로 지지하거나 맹목적으로 반대해서는 안 된다"며 "의원들은 심의의 수준을 높이고 고무도장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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