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세운 아동시설서 고아 등 상대로 성폭력
독립 지원하며 존경받다가 피해 여성 고소로 '민낯' 드러나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가톨릭 사제 출신인 80대 미국인이 동남아시아의 섬나라 동티모르에서 아동 성학대 혐의 등으로 징역 12년 형을 선고받았다고 AP통신, AFP통신 등 외신이 21일 보도했다.
동티모르 법원은 이날 아동 성학대, 아동 포르노, 가정 폭력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가톨릭 사제 리처드 대시바크(84)에게 징역 12년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러 혐의를 적용해 37년형을 제시했으나 주심 판사인 유디 파무카스가 대시바크의 나이를 고려해 12년형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또 동티모르 당국에 피해자에 대한 배상도 명령했다.
이에 한 피해자는 형량은 적지만 판결에 만족한다며 "이는 우리 투쟁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 변호인 측은 판결이 관대하다며 대시바크가 최대 3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항소할 방침이다.
대시바크 측도 판결에 불만을 드러내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피츠버그에서 자란 대시바크는 1964년 사제로 서품됐으며 수년 후 동티모르로 와서 선교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대 초에는 고아와 저소득층 아동 등을 돌보는 시설도 설립했다.
가톨릭 신도가 절대다수인 동티모르는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다가 1975년 독립했지만, 열흘 만에 인도네시아에 의해 강제 점령당했다가 1999년 다시 독립했다. 대시바크는 이 과정에서 동티모르의 독립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자선사업도 활발하게 벌였다.
이로 인해 대시바크는 사나나 구스마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지역사회로부터도 존경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아동 시설에서 성장한 여성 15명 이상이 아동 성학대 혐의로 그를 고소하면서 가려졌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AP통신이 피해자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대시바크는 자신의 침실 문에 소녀들의 목록을 붙여 놓고 매일 밤 이들 중 한 명을 불러들였다.
대시바크는 해당 소녀를 무릎 위에 앉혔고 잠자리도 함께 했다고 피해자들은 증언했다. 강간부터 구강성교까지 여러 형태의 성학대도 이뤄졌다고 한다.
그는 이런 문제 등으로 인해 2018년 성직이 박탈됐다.
대시바크는 이와는 별도로 미국 연방대배심으로부터도 지난 8월 기소됐다. 보호시설 내 불법 성행위 7건과 연관됐다는 혐의에서다.
유죄가 선고되면 각 범죄 행위에 대해 최대 3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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