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소도시 구비오 산비탈에 300여개 전구로 불 밝혀
바티칸에도 높이 28m 트리…113년된 전나무로 제작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어김없이 돌아온 성탄 시즌을 맞아 이탈리아 전역이 형형색색의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수도 로마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광장에는 거대한 성탄 트리가 불을 밝혔고 중심가는 화려한 조명으로 '빛의 물결'을 이룹니다.
매년 이맘때쯤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역시 중세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중부 소도시 구비오(Gubbio)의 세계 최대 성탄 트리입니다.
도시를 굽어보듯 우뚝 솟은 인지노(Ingino)산 비탈면에는 밤마다 300개 이상의 전구로 불 밝힌 트리가 반짝입니다. 750m 높이에 전선 길이만 8.5㎞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트리는 1981년부터 41년째 이렇게 12월의 밤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1991년 세계에서 가장 큰 트리로 기네스북에 등재됐고, 이 타이틀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명성만큼이나 12월 7일 첫 점등 버튼을 누르는 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이 중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 조르조 나폴리타노 전 이탈리아 대통령, 이탈리아 우주인 파올로 네스폴리 등도 있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올해는 이탈리아 헌혈봉사단 회장이 그 주인공이 됐다고 합니다.
가톨릭 총본산인 바티칸시국의 대형 트리도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성 베드로 광장의 오벨리스크 바로 옆에 세워진 이 트리는 28m 높이에 무게는 8t에 달합니다.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댄 북부 자치지역 알토 아디제(남티롤)의 작은 마을 안달로의 113년 된 전나무로 제작됐습니다.
상태가 좋지 않아 베어내기로 한 것을 기증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트리를 꾸민 600여 개의 각종 장식물은 마을 주민 35명이 수작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트리는 내년 1월 초 철거돼 다른 수익용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수익금은 전액 로마 제멜리 종합병원의 어린이 암 환자 치료를 위해 쓰일 예정입니다.
트리 옆에 설치된 성탄 구유는 페루에서 기증한 것으로, 안데스 원주민들 삶이 녹아들어 이색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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