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보도…승무원 아내 UAE 정보기관 구금 후 해킹 시도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몇달 전 아랍에미리트(UAE) 정보기관에서 그의 부인의 휴대전화에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심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카슈끄지의 아내 하난 엘라트르 소유 2대의 휴대전화 분석을 토론토 대학을 기반으로 활동중인 '시티즌 랩' 빌 마르크작에게 의뢰한 결과, 그녀의 안드로이드 휴대전화 내부에 군용 스파이웨어 '페가수스' 설치 시도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페가수스는 이스라엘 IT(정보기술) 보안 업체 NSO그룹이 개발한 스파이웨어(사용자 몰래 컴퓨터에 잠입해 개인정보를 빼가는 소프트웨어)로, 일부 국가에서 정치인과 언론인 등 사찰에 악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제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엘라트르에 따르면 카슈끄지 살해 몇달전인 2018년 4월 21일 승무원인 그녀가 두바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UAE 정보 기관에 연행됐고, 휴대전화 2대를 포함해 노트북 등도 함께 압수됐다.
분석 결과 스파이웨어는 구금 다음 날인 22일 그녀의 안드로이드 휴대전화에 심어졌다.
엘라트르는 억류에서 풀려난 지 며칠이 지난 뒤에야 휴대전화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마르크작은 관련해 "휴대전화에서 결정적 증거를 찾았다"며 안드로이드 휴대전화에 페가수스 설치를 시도한 것을 확인했지만 스파이웨어가 실제로 휴대전화를 감염시켜서 정보를 빼갔는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WP와 가디언 등 전세계 16개 언론사는 국제사면위원회, 프랑스 비영리 단체 '포비든 스토리즈'와 함께 스파이웨어 탐사 보도를 진행, 지난 7월 중동 등 일부 국가에서 유명 언론인과 인권 운동가 등에 대한 해킹을 이어왔다고 폭로했다.
당시 카슈끄지의 부인 엘라트르를 비롯해 약혼녀 하티스 젠기스 역시 해킹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우디 정부는 의혹을 부인했다.
UAE 정부 기관이 카슈끄지 측근의 휴대전화에 페가수스를 심었다는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WP는 밝혔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페가수스 개발사인 NOS그룹을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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