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폭우 우려…총리, 늑장 구조 인정하며 개선 약속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닥친 말레이시아에서 물난리 피해 사망자 수가 27명으로 불어났다.
말레이시아 베르나마 통신은 21일 밤(현지시간) 기준 당국 집계를 인용해 이번 폭우로 2014년 홍수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14명 수준이었던 사망자 수가 27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둘러싸고 있는 서부 셀랑고르주에서만 2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오전부터 시작된 이번 폭우는 셀랑고르주, 중부 파항주 등 8개 주(전체 주의 수는 13개)에서 3일 이상 이어졌다.
현지 한 관리는 "한 달 치 강우량이 하루에 쏟아졌다"며 이는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정도의 수준으로 기상 예측을 뛰어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쿠알라룸푸르를 비롯해 전국 곳곳의 도로와 차량이 물에 잠겼고 많은 가옥이 훼손됐다.
BBC뉴스는 물에 잠긴 쿠알라룸푸르 도심의 수위는 1971년 큰 홍수 이후 볼 수 없었던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이재민 수도 7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6만6천명이 넘는 군경과 구조대를 파견, 보트 등을 이용해 고립된 주민 대피 지원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셀랑고르주의 한 동물 보호 센터에서는 물이 차오르는 가운데 개 10마리와 고양이 100마리가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20일부터 다소 비가 약해졌지만 불어난 강물이 저지대로 넘치고 있는데다 폭우가 또 예보된 상태라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와중에 정부는 늑장 대응과 부실한 대피 경고 등으로 인해 비난을 받고 있다.
셀랑고르의 주민 카르티크 수브라마니는 AFP통신에 "내 평생 최악의 홍수"라며 정부는 주민 보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는 21일 이런 잘못을 인정하며 "앞으로 이를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매년 5∼9월 남서부 몬순(계절풍)과 10∼3월 북동부 몬순 시기에 비가 집중된다. 예년 이 시기에는 주로 동부에 피해가 집중됐는데 올해는 서부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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