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관리 DB 구축…핵심기술 보유기관 외국인 지분취득 기준 강화
정부, 기술탈취 차단 위한 '우리기술 보호전략' 발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따른 기술 탈취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주요 기술이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돼 관리된다.
또 주요 기술이 사람을 통해 새 나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핵심 기술을 보유한 인력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하의 우리기술 보호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우리나라가 보유한 기술 중 국가 경쟁력에 필수적인 기술인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12개 분야 73개가 지정돼 있으나 앞으로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기술, 100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핵심전략기술, 국가필수전략기술 등이 국가핵심 기술로 추가 지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기술일몰제를 도입해 보호 가치가 낮아진 기술에 대해서는 수출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길도 열어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첨단 기술에 재투자를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을 정부가 데이터베이스화해 국가핵심기술 수출, 해외 인수합병(M&A) 등과 관련한 법률·제도상의 사각지대도 없앤다. 이는 혹시 모를 기업의 무허가 수출로 인한 불이익 등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외국인에 의한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 지배취득 기준도 현실화해 규제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는 외국인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관의 지분을 50% 이상 또는 50% 미만이더라도 대주주이면서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경우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앞으로는 '지분 30%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로 최다출자자가 되는 경우'나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 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로 강화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핵심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인력의 동의를 전제로 핵심인력 이직 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출입국 모니터링 등도 실시할 예정으로, 일단은 업계의 요청 인력에 대해 관리하되 이후에는 법제화해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업계에서 그동안 정부에 지속적으로 핵심인력 관리 지원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의 핵심 연구인력에 대해서는 퇴직 후 해외 취업시 사전 승인을 받도록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또 중소기업 핵심인력에는 인센티브를 강화해 장기 재직 및 국내 재취업을 유도해 핵심 인력의 국내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유입 외국인에 의한 전략기술·첨단기술 탈취를 예방하기 위해 내년에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핵심기술 보호를 위해 기술 침해 피해기업 회복 지원 등 선별적·맞춤형 지원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보안설비 등 중소기업 기술보호 인프라도 확충키로 했다.
또 기술거래 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원, 임치기술 데이터베이스화 등을 지원키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에 47억6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밖에 사이버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 핵심기업 대상 사이버 보안 관제시스템 구축 및 위협 정보 사전 공유 ▲ 방산업체 사이버보안 취약점 진단사업 확대 ▲ 사이버 보안 법령 제정 및 방산기술보호센터 설립 등 인트라 보강 등도 추진한다.
정부는 국장급 기술보호 협의체도 반년에 한 번씩 여는 등 범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공조도 확대키로 했다.
정부의 이번 핵심기술 보호전략은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방위사업청 등이 개별적으로 수립·시행하던 보호대책을 큰 틀로 통합한 것으로, 범부처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마련됐다.
산업부는 "각 부처의 중장기 기술보호대책에 세부 이행방안을 수록하고 이행상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차질없이 집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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