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매체 포함 취재진 507명 3시간 질의응답…작년과 다른 대면
우크라·벨라루스·자원무기화 등 뜨거운 현안…공방 속출할 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냉전 수준으로 커진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글로벌 미디어에 직접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다.
러시아 관영 타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3일 정오(한국시간 오후 6시)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전시관 모스크바 마네주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연다.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를 처음으로 시작한 2001년부터 해마다 연말에 내외신 기자들을 대거 불러 모아 질의응답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총리 시절을 제외하고 올해로 17번째를 맞는 이 회견은 작년과 달리 글로벌 취재진 507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면으로 열린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모스크바 교외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 회견을 열었다.
올해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참석 인원이 예년보다 줄기는 했지만 뜨거운 질의응답이 예고됐다.
러시아와 미국, 유럽 국가들의 긴장이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 해체 이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안보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크게 우려한다.
러시아는 우크라 접경에 10만명이 넘는 병력을 포진해 유럽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이를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 크림반도를 군사력으로 병합한 것과 같은 사태의 조짐으로 경계한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동유럽 확장, 우크라의 나토 가입 추진 등 서방의 위협에 대응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그간 밝혀왔다.
러시아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국인 벨라루스를 위성국가로 삼아 동유럽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서방 언론에서는 벨라루스가 국경을 맞댄 나토 동맹국이자 유럽연합(EU) 회원국 폴란드에 중동 이주민들을 밀어 넣은 배후에 푸틴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에서 난민들을 이용해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그런 주장을 일축해왔다.
이 같은 전방위 갈등 속에 최근 들어서는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자원을 무기화한다는 우려까지 사고 있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은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보내는 주요 가스관 가운데 하나의 가동을 중단해 가스값 급등을 부채질했다.
러시아가 추운 겨울에 맞춰 유럽을 정치, 사회적으로 흔들기 위해 가스공급을 조절한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러시아는 순전히 상업적 이유로 이뤄진 조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는 우크라, 벨라루스, 자원 무기화 등 최근 현안뿐만 아니라 여러 골 깊고 복합적인 갈등도 함께 겪고 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러시아 해커들의 서방 산업기간시설 공격, 핵·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전략무기 경쟁, 알렉세이 나발니를 비롯한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인권탄압 등이 대표적 난제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코로나19 대유행 종식,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내전 해소, 한반도 평화 구축 등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과 러시아가 협력할 부분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여러 난제에 대한 견해를 가감 없이 드러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연말 정례 기자회견은 그간 평균적으로 3시간 정도 이어졌는데, 2008년에는 무려 4시간40분 동안 진행돼 역대 최장으로 기록됐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도 푸틴 대통령이 열변을 쏟아낼 가능성을 예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취재진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대면 기자회견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대면 소통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기자들에게도 더 편리하고 더 많은 기자가 대면 기자회견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아무 질문이나 던질 수 있는 연례적인 권한이 기자들에게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AP, 워싱턴포스트(이상 미국), AFP, 르피가로, 르몽드(이상 프랑스), 도이체벨레(독일), BBC, 파이낸셜타임스(이상 영국) 등 서방 글로벌미디어 취재진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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