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전문가 "유럽·미국도 2∼4주 후 비슷한 양상 보일 것"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인 오미크론이 첫 발견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급격히 퍼졌다가 빠르게 줄어든 것처럼 유럽과 미국에서도 2∼3주 뒤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 발견을 주도한 남아공 전염병학자 살림 압둘 카림 박사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남아공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 정점을 빠르게 넘겼다면서 "거의 모든 나라가 같은 궤적을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전 변이들은 (경사가 완만한) 킬리만자로산과 유사한 확산세를 보인 반면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은 (거의 수직에 가까운) 에베레스트산 북벽을 오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에베레스트 남벽 쪽으로 내려가고 있다"면서 오미크론 변이는 물론 이후 나타날 다른 변이의 유행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림 박사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빠르게 정점을 지나 감소하기 시작한 것과 중증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파악된 이유에 대해선 남아공 국민의 70% 이상이 과거 다른 변이에 감염돼 항체를 지니고 있다는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결과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남아공에서는 변이 정도가 심한 변종들도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이 상당히 빨리 바닥나게 될 것"이라면서 "지난 주말 이미 오미크론 변이는 힘이 다하기 시작했다. 감염시킬 사람이 충분히 남아 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남아공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11월 말 오미크론의 존재가 확인되기 전에는 2천여명에 불과했다가 이달 중순에는 하루 2만7천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한 뒤 증가세가 꺾이면서 숫자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안젤리크 쿠체 남아공 의사협회(SAMA) 회장은 지난 20일 미국 CNN 방송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 출현 약 한 달 만에 "확진자가 일정 선을 넘어 감소하고 있다"며 "진원지였던 하우텡주에서는 확진자 숫자가 훨씬 더 적다"고 밝힌 바 있다.
카림 박사는 지금까지 추세를 토대로 볼 때 "남아공의 오미크론 유행은 미국보다는 2∼4주, 노르웨이와 덴마크보다는 2주, 영국과 나머지 유럽보다는 최고 4주 앞선 것으로 보인다"며 확진자가 급증했다가 빠르게 감소하고 중증 위험이 낮다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첫 발견지인 남아공의 상황을 주시해 왔다.
미국 정부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하고 있는 복수의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중증도 등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해 남아공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당국자는 "남아공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며 "남아공과 네덜란드, 영국, 뉴욕의 자료를 종합하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더 완전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아공에서의 오미크론 변이 증감 양상이 다른 나라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남아공에선 국민의 코로나19 항체 비율이 높아서 이런 양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면서 인구통계학적 차이 등을 고려할 때 남아공 등 외국 사례를 미국 내 정책의 근거로 삼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