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품질 검사 서류를 조작하는 등 부정을 저지른 사례가 또 확인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종합 전기·전자업체인 히타치(日立)제작소의 자동차 부품 제조 자회사인 히타치아스테모(Astemo)가 제품 출하 과정에서 규정에 따른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관련 서류를 조작해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22일 발표했다.
이 회사는 히타치제작소와 혼다 산하의 자동차 부품업체 4곳의 경영통합으로 올 1월 새롭게 출범했다.
2000년께부터 올 10월까지 20년가량 계속된 부정은 야마나시(山梨)현 공장과 후쿠시마(福島)현 공장에서 발견됐다.
야마나시현 공장에서 생산된 브레이크 구성 부품 약 5만7천개, 후쿠시마 공장의 서스펜션 구성 부품 약 1천만개가 엉터리 검사 과정을 거쳐 출하됐다.
해당 부품은 도요타자동차, 닛산차, 스즈키 등 일본의 자동차와 이륜차 업체 16곳에 납품됐다.
히타치아스테모는 구체적인 부정의 양태와 관련, 고객업체와 사전 약정한 것에 맞춰 품질 검사를 하지 않거나 납품처가 요구하는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을 합격품으로 둔갑시켜 출하해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부자 제보로 확인한 이번 부정으로 안전성이나 성능 등 품질상의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고, 해당 부품을 공급받은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안전성 문제를 조사한 결과 리콜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히타치아스테모는 검사의 중요성에 대한 담당 직원들의 인식이 부족했던 점과 감독 체계가 미비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외부 변호사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가동해 정확한 실태를 규명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일본 언론은 잇따라 드러나는 주요 제조 대기업의 검사 부정 사태에 대해 일본 제조업이 쌓아온 신뢰를 뒤흔드는 것이라며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히타치그룹의 다른 계열사 외에 미쓰비시전기, 아케보노(曙)브레이크공업 등에서도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진 검사 부정이 드러났다.
미쓰비시전기의 경우 철도 차량용 에어컨 설비를 생산하는 나가사키(長崎)제작소에서 1985년부터 가공의 검사 데이터를 산출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엉터리 수치를 검사성적서에 기입하는 방식으로 하지도 않은 검사를 한 것처럼 가짜 서류를 만들어 납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는 철도 차량용 에어컨 설비의 부정 검사가 적발된 후로 차량 문 개폐 및 브레이크 조작에 사용되는 공기압축 장치 관련 부정 검사 사례가 추가로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7월부터 변호사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가동한 미쓰비시전기는 23일 우루마 게이(漆間啓) 사장과 스기야마 다케시(杉山武史) 전 사장 등 전현직 경영진 12명의 책임을 물어 보수 감액 및 반납 처분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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