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졸음 등 감지 'ADAS'는 장착 중…뇌파 감지 기술 곧 상용화
완전 자율주행 '레벨4' 시대엔 자동차가 '움직이는 병원' 역할도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초고령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60대 이상 고령 운전자가 갈수록 많아지면서 자동차 업계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안전장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없는 '레벨4' 수준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가까워지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첨단 안전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 고령 운전자 증가세…사고 위험도 높아져
26일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60대 이상이 차주로 등록된 개인 차량은 601만1천899대로 집계됐다.
전체 개인 등록 차량 2천126만2천272대의 28.3%에 달한다. 개인 차량 10대 가운데 약 3대가 60대 이상 고령 운전자의 차량인 셈이다.
2013년 말 60대 이상 고령 운전자의 차량 수가 300만대였으니 8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70대 이상 초고령 운전자의 차량도 154만885대로 나타났다.
고령 운전자는 인지나 반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크다는 것이 통념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정지해 있는 물체를 파악하는 능력인 '정지 시력'은 보통 40세부터 저하하기 시작해 60대에는 30대의 80% 수준으로 떨어진다.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11만4천795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0.5%를 차지했다. 이는 2016년(8.1%)과 비교해 2.4%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가해자가 고령 운전자인 경우도 지난해 23.4%로 2016년 17.7%보다 5.7%p 늘었다.
◇ 자동차에 속속 자리 잡는 첨단 사고예방 기술
자동차 업계는 고령화 시대에 맞춰 안전 및 사고 방지, 헬스케어 등의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가장 대표적인 기술이 첨단운전자 보조장치(ADAS·Advanced Driver Assistant System)다. 최근 출시된 대부분의 차량에는 이 장치가 장착돼 있다.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알아서 속도를 줄이고, 차선을 감지해 벗어나지 않게 하거나 정해놓은 속도 이내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게 하는 기능이다.
'딥러닝 카메라'를 활용하거나 스티어링휠의 움직임과 차선 유지 여부 등을 통해 졸음운전을 감지, 소리 또는 진동으로 잠을 깨우거나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는 안내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현대차·기아는 적외선 카메라로 운전자 얼굴을 300개의 점으로 지정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소리·진동으로 주의를 주는 'DSM'(Driver State Monitoring) 시스템을 이미 개발했고, 조만간 주요 상용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심박 측정이나 동공 추적 등을 활용해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감지하는 헬스케어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웨어러블 센서를 활용하기도 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부주의, 졸음, 응급상황뿐 아니라 스트레스, 피로, 체지방 등을 감지하는 기술은 많이 개발된 상태다. 향후에는 혈당 정보 확인이나 심전도 체크를 통해 음주운전을 파악하는 기술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뇌파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엠브레인'(M.Brain)을 개발했다. 생체신호 중 최고난도의 영역으로 알려진 뇌파 측정 기술이 자동차 분야에 적용된 것은 처음이다.
이어셋 형태의 센서를 착용하면 운전자의 뇌파를 감지해 실시간 컨디션을 측정하며,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LED 램프(시각), 진동시트(촉각), 헤드레스트 스피커(청각) 등으로 경고를 보내 사고를 줄인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경기 지역 공공버스에서 시범 적용 및 실증 작업을 한 뒤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2∼3년 이내에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 완전 자율주행시대 곧 온다…병원 역할도 하는 미래 모빌리티
오는 2027년 운전자 개입이 전혀 없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4를 상용화하겠다는 정부의 로드맵에 맞춰 다양한 헬스케어 기술도 이미 개발됐거나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대차가 2018년 선보인 넥쏘 자율주행차에는 탑승객의 혈압과 심박수 등 건강 정보를 전문의에게 전송해 실시간으로 의료진의 건강 진단을 받는 기술이 탑재됐다.
차량 내부 첨단 센서가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해 운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차를 갓길이나 졸음쉼터, 휴게소에 세우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현대모비스의 'DDREM'(Departed Driver Rescue & Exit Maneuver)이 대표적인 기술로, 졸음운전이 감지되면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스스로 인도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신개념 모빌리티 솔루션이 결합되면 운전자의 건강 상태가 심각할 경우 차량이 스스로 병원으로 이동하는 시스템도 가까운 미래에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고령 운전자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기술적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미래 모빌리티는 첨단 안전 기술을 통한 예방뿐 아니라 움직이는 병원의 역할까지 일부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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