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 자산관리회사 2대 주주로 24% 지분 확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핵심 자회사가 대규모로 증자하기로 했다.
중국의 4대 국유 자산관리회사 중 하나인 중국신다(中國信達)는 지난 24일 밤 발표한 공고에서 충칭앤트소비자금융 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칭앤트소비자금융은 중국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인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의 소액 대출 서비스 업무를 맡는 자회사다.
중국신다 측의 공고에 따르면 앤트그룹은 현재 80억 위안(약 1조4천900억원)인 자본금을 300억 위안(약 5조5천9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릴 예정이다.
기존 50% 지분을 보유한 앤트그룹은 지분 비율에 따라 110억 위안을 증자해 계속 50%의 지분을 유지한다.
그러나 배터리 제조사 CATL 등 기존 전략 투자자들이 이번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이들의 지분이 크게 희석되고 중국신다는 60억 위안을 투자해 20% 지분을 새로 확보하게 된다.
중국신다는 자회사인 난양(南洋)상업은행이 기존에 가진 지분까지 더해 증자 완료 후 충칭앤트소비자금융 지분의 총 24%를 보유,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소액 대출 부문은 한때 세계 최대의 유니콘이던 앤트그룹의 핵심 수익창출원이었다.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전자결제 서비스인 즈푸바오 시스템 안에서 '화베이'(花唄) , '제베이'(借唄)라는 이름으로 소액 대출 서비스를 운영한다.
화베이는 중국 소비자가 특정 물건을 살 때 대출을 제공하는 서비스고 제베이는 소액 신용 대출 서비스였다.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가 핀테크라는 명분을 내세워 규제의 사각에서 무허가 금융기관 노릇을 한다는 불만을 가져왔다.
당국은 기존 소비자 대출 채권을 유동화해 마련한 자금을 다시 다른 소비자에게 빌려주는 등 낮은 자기자본으로 막대한 규모의 대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을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보고 은행 수준의 자기자본 규제 강화를 추진했다.
이런 가운데 알리바바 창업자이자 앤트그룹의 지배자인 마윈(馬雲)은 작년 10월 공개 포럼에서 당국의 소액 대출 강화 움직임을 '낡은 규제'라면서 정면 비판했고 이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전면 규제라는 일대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당국은 마윈의 도발적 정부 비판 직후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예고된 앤트그룹의 상장을 전격 취소시켰다.
이후 앤트그룹을 비롯한 알리바바그룹 전반은 중국 당국의 '고강도 개혁'의 핵심 표적이 됐다.
알리바바는 지난 4월 핵심 사업인 전자상거래 분야의 독점 문제로 사상 최대 규모인 3조원대 벌금을 부과받았고 앤트그룹은 당국의 지시로 대규모 증자를 통한 금융지주사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뤄진 중국신다의 이번 증자 참여는 중국 당국이 이 회사 운영에 입김을 강화하려는 조처로 분석된다.
중국은 마윈의 설화 이후 반독점, 금융안정, 개인정보 보호, 국가 안보 등 다양한 명분을 앞세워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규제를 전면화하는 한편 국영기업이나 펀드를 통해 해당 기업의 일부 지분을 직접 확보하는 식으로 기업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움직임이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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