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시민 직접 총 드는데…정부는 '오합지졸' 논란

입력 2021-12-26 21:31  

우크라 시민 직접 총 드는데…정부는 '오합지졸' 논란
러시아 침공 우려에 자발적 '민방위 전투훈련'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에 영상 전문가 장관들 그득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러시아의 침공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우크라이나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정부 지원 '민방위 전투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와 사설 군사 조직 등이 공동 운영하는 전투 훈련 프로그램에 민간인 수천 명이 등록해 훈련을 받고 있다.
이른바 '국토방위대'는 일부 훈련 프로그램은 정부가 운영하고 비용도 대지만, 상당수는 민간단체가 운영하고 있으며 참여 대원들이 모든 비용을 직접 부담한다.
NYT는 이런 민방위 조직에 대해 "물론 러시아의 막강한 군사력을 직접 제압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다만 '점령군'을 끊임없이 괴롭혀 혼란을 일으킬 수는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침공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등록된 민방위 대원이 얼마나 되는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가 최근 유사시 10만 명을 투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적은 있다.
훈련에는 전술·전략 등 이론 수업은 물론이고, 모의 대전차 지뢰 매설, 응급처치 실습 등 '실전 훈련'도 포함됐다.
그러나 민방위 대원 육성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무기를 가진 민병대가 자국 내의 정치적 반대파를 향해 총부리를 겨눌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내전 가능성은 러시아가 활용하기 좋은 취약점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총기 소유가 늘어나 범죄나 극단적 선택을 부추길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심리 검사 등을 통과해야 총기 소유 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인구 4천만 명인 우크라이나에서 총기 소유 자격 보유자는 130만 명에 이른다.

물론 우크라이나가 민간인에게 최고 수준의 전투력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회의론도 작지 않다.
NYT는 평소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훈련에 참여한 한 여성 민방위대원의 훈련 장면을 소개했다. 의무병 역할을 맡은 이 여성은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은 당황하지 않는다"면서 훈련 중 부상한 것으로 가장한 대원에게 즉시 달려갔다.
이 '의무 대원'은 부상자의 등 쪽에서 출혈을 의미하는 붉은색 테이프를 발견하고 그 부위를 압박한 뒤 지혈했다. 그러고는 부상자에게 "이제 괜찮으냐"고 물었다. 부상자는 "아뇨, 총은 가슴에 맞았는데요"라고 답했다.
열성적인 시민들과 비교할 때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다.
NYT는 이날 별도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는 텔레비전·코미디 영화 속에서 정부 각료를 뽑아낸 최초의 사례가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 수반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 출신이다. NYT에 따르면 그는 방송·영화계 인사들을 참모로 대거 기용했다. 현지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코미디 스튜디오 출신 인사 36명이 현재 정부에서 일하고 있다.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은 영화 제작자 출신, 이반 방카노프 국내정보국장은 코미디스튜디오 감독 출신이다. 세르히 셰피르 수석보좌관은 '로맨틱 코미디' 전문 극작가·프로듀서 출신이다.
영국 왕립 국제 문제 연구소의 우크라이나 연구 프로젝트 국장인 오리시아 루트세비치는 NYT에 "이들이 진지하지도 않고, 경험도 없을 위험이 있다"며 "영상 제작자들만 가득 들어차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전시(戰時)"라고 말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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