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 치료제, 게임체인저 될까…중증 막고 오미크론 치료

입력 2021-12-27 17:12   수정 2021-12-27 17:32

먹는 코로나 치료제, 게임체인저 될까…중증 막고 오미크론 치료
'진정한 재택치료' 가능…부작용 불확실성·물량확보 우려
"백신-치료제 상호보완적 사용…계절독감처럼 안정적 관리 기대"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박규리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경구용(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을 승인하면서 이 치료제가 코로나19 방역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 치료제의 도입이 재택치료를 중심으로 한 방역 여건에 획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고 있다.
특히 치료 목적인 먹는치료제와 예방 목적인 백신을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하면 코로나19를 계절독감처럼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부작용 등 문제가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치열한 국제 경쟁을 뚫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도 숙제다.
정부는 내년 1월 중순을 팍스로비드의 국내 도입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다.


◇ '재택관찰' 아닌 '재택치료'…위중증 환자 감소에 도움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먹는치료제 도입으로 방역체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그래서 위드코로나(일상회복)로 갈 수 있는 '게임체인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의료인력 부족으로 재택치료자가 항체치료제(주사)로 치료받기가 어렵지만, 먹는치료제가 도입되면 재택치료자들이 집에서 간단히 알약을 복용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재택치료 중 중증 환자로 진행되는 경우를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금은 말이 재택치료지 항바이러스제 없이 관찰만 하는 수준이었다"며 "자택에서 상태가 악화하면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먹는치료제를 투약하면 재택에서 '치료'가 되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먹는치료제 도입은 위중증 환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팍스로비드의 경우 위중증 진행 예방 효과가 88∼89% 정도로 돼 있다"며 중증 진행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를 먹으면서 중증화와 입원율을 줄일 수 있으므로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등 변이 감염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 강점이다.
천 교수는 "백신이나 항체치료제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적으로 해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많이 생기면 효과가 떨어지지만, 먹는치료제는 바이러스의 세포 내 복제를 막아주기 때문에 스파이크 단백질과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 "백신-치료제 보완해서 사용하면 계절독감처럼 관리할 수도"
전문가들은 먹는치료제 도입만으로 코로나19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대신 백신과 먹는치료제를 상호 보완적으로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본질적인 게임체인저는 백신"이라며 "백신을 보완해주는 관점에서 먹는치료제는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가 유입되고, 일상회복이 추진되면 유행 상황이 더 안 좋아질 텐데, 먹는치료제가 의료체계를 버틸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로 기존 백신의 효과가 감소했다. 오미크론 변이를 예방하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개발에 시간이 걸린다"며 "그 사이 치료제가 보완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신종플루의 경우 백신과 치료제 '타미플루'의 시너지효과로 유행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어든 사례를 들었다.
그는 "코로나19는 신종플루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지만, 백신과 치료제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종식까지는 아니어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 계절독감처럼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지나친 낙관 '경계'…충분한 물량 확보·부작용 관리 중요
전문가들은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고 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냉정하게 평정심을 갖고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며 "팍스로비드는 하루 6알씩 5일간 30알을 먹어야 하는데 간·신장 질환자에게는 쓰지 못하는 등 독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널리 사용하다보면 팍스로비드의 내성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정 교수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과 비교해 치료제는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상대적으로 데이터가 적다"며 "예상 반응 관련 데이터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머크앤컴퍼니(MSD)의 먹는치료제 몰누피라비르는 입원·사망 예방 비율이 팍스로비드의 3분의 1 수준이며, 임신부에게 위험하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몰누피라비르보다 팍스로비드를 더 원할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있지만, 일부 폐기하는 분량이 있더라도 여유 있게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국은 팍스로비드 등 먹는치료제를 앞다퉈 승인하면서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정 교수는 먹는치료제 도입 이후에도 거리두기 등 현재의 방역 체계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머지 방역 방안을 포기하면 유행 규모가 더 급격하게 증가하고 심각한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모든 요소는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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