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금 수령 신청 불허…지방 경찰은 개종금지 관련 조사
힌두 민족주의 바람 속 교회 겨냥 공격도 빈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에서 힌두 민족주의 바람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가 테레사 수녀(1910∼1997)의 자선단체에 대한 해외 자금줄까지 차단했다.
28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 내무부는 '사랑의 선교회'(Missionaries of Charity)가 낸 해외 자금 수령 관련 자격 갱신 신청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전날 밝혔다.
이에 따라 사랑의 선교회는 활동을 위한 주요 자금원이 막히게 됐다. 이 자선단체는 테레사 수녀가 1950년에 인도 콜카타에 세웠으며 그간 극빈자, 고아, 죽음을 앞둔 사람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해왔다.
테레사 수녀는 197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1997년 콜카타에서 선종한 뒤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성인으로 선포됐다.
내무부는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부정적인 (자금) 투입이 있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이유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콜카타가 주도인 웨스트벵골주의 마마타 바네르지 주총리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정부가 사랑의 선교회의 계좌를 동결했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러자 정부는 계좌를 동결하지는 않았다고 곧바로 해명하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사랑의 선교회 측까지 나서 정부가 계좌는 동결하지 않았지만, 해외 자금 수령 관련 신청은 승인되지 않았다고 직접 설명했다.
이와는 별도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고향인 서부 구자라트주에서도 사랑의 선교회에 대한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
현지 경찰은 이달 초부터 강제 개종 혐의로 사랑의 선교회를 수사하고 있다.
사랑의 선교회가 운영하는 보호소에서 소녀들에게 십자가를 몸에 걸고, 성경책을 읽게 하는 등 개종을 강요한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되면서다.
구자라트주와 우타르프라데시주 등 여당이 집권한 일부 주에서는 '강제 개종 금지법'이 도입된 상태다..
이 법은 비힌두교도 남성이 결혼을 통해 힌두교도 여성을 강제로 개종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2014년 모디 정부가 집권한 후 보수 힌두교도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모디 정부는 집권 후 시민권법 개정, 인도령 카슈미르 특별지위 박탈 등을 통해 무슬림과 기독교도 등 소수 집단 탄압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독교와 관련해서는 이달 초 마디아프라데시주에 있는 세인트 요셉 기독교 학교에 힌두 민족주의자 200명이 몰려와 학생들을 강제 개종시키고 있다며 돌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최근 크리스마스 전후로 보수 힌두교도와 여당 지지자들의 이같은 위협은 더욱 거세졌다.
북부 하리아나주 암발라의 교회에서는 예수상이 훼손됐고, 카르나타카주의 벨가비 지역에서도 교회 건물이 폭도들에 의해 손상되기도 했다.
우타르프라데시주 바라나시에서는 산타클로스 모형이 불태워졌고, 북동부 아삼주 등에서도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를 하던 이들이 공격받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기독교인들은 최근 들어 자신들을 향한 증오범죄와 공격이 늘고 있음에도 모디 정부가 이를 방치한다고 비난한다.
일각에서는 모디 정부가 선거 승리를 위해 이런 종교 간 갈등을 은근히 조장하면서 인구의 다수인 힌두교도들의 환심을 사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인도의 힌두교도는 13억8천만명의 전체 인구 가운데 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의 비중은 각각 14%와 2%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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