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지강화제, 정신병·조증 등 유발 위험" 경고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영국 주요 대학 학생들이 시험 준비나 과제 마감을 위해 '공부 잘 하는 약'(study drug)으로 불리는 인지강화제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고 일간 '더타임스'(The Times)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옥스퍼드대와 에든버러대, 노팅엄대, 런던정경대 등의 재학생과 최근 졸업생들은 신문에 그런 약을 개당 약 2파운드(약 3천190원)에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대학부총장협의회(UUK)는 내년 초 대학 내 인지강화제 등 약물 사용 실태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며 내년말까지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부 잘하는 약', '똑똑해지는 약'(smart drug) 등으로 불리는 약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수면 장애 치료제 모다피닐(modafinil)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리탈린(ritalin) 등이다.
얼마나 많은 학생이 이런 약물을 사용하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며, 영국에서 인지강화제 사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대학도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런 약들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의사에게서 치료목적으로 처방받은 사람들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다피닐 권위자인 바버라 사하키언 케임브리지대 임상신경약리학 교수는 인지강화제에 대한 강의 후 "학생들이 와서 '이런 약을 먹고 싶지 않은데 다른 사람들은 먹고 있다. 내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고 전했다.
모다피닐은 의사 처방이 필요한 약이지만 이 약을 소지하는 게 범죄는 아니다.
또 해외 등 온라인 약국은 이런 약을 판매할 때 처방전이 적합한지 의사에게 확인해야 하지만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들 약물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데이비드 테일러 교수는 "학생들이 아무런 의료 감독 없이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을 먹고 있다"며 "모다피닐은 드물게 정신병과 조증을 일으킬 수 있고 복용을 중단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사하키언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내무부 약물오용 자문위원회가 모더피닐과 리탈린, ADHD 치료제 엑삼페타민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위원회 결정에 따라 이들 약품을 소지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UUK는 이에 대해 "학생들의 인지강화제 사용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증거만 있다"며 "내년초 대학 내 불법 약물의 공급과 수요, 사용 실태에 대한 연구에 착수해 연말까지 새로운 결과와 함께 신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